[책마을] 101명의 현인이 전하는 자유, 시장, 문명

입력 2023-11-03 20:18
수정 2023-11-04 00:13
과학의 결핍, 경박함이 지배하는 공론장, 가짜 지식의 득세…. 사람마다 체감도는 다르겠지만 부정하기 힘든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신간 <다시 읽는 명저>는 부박한 현실을 돌파하기 위한 단서를 선지자 101명의 사유에서 찾아보려는 노력의 결실이다.

번영과 문명을 가능하게 한 ‘자유의 사상’의 궤적을 충실히 추적하는 게 기본 줄기다.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리히 프롬), <선택할 자유>(밀턴 프리드먼) 등 자유주의 핵심 저작을 충실히 해설한다. 민주주의와 그 대척점에 자리한 전체주의의 본질에도 천착한다. <국가론>(플라톤), <통치론>(존 로크), <미국의 민주주의>(알렉시 드 토크빌), <전체주의의 기원>(한나 아렌트) 등 기념비적 저작이 망라됐다.

지적 쇼크를 안긴 미셸 푸코, 토머스 쿤, 지크문트 프로이트 같은 천재의 통찰도 소개한다. 선조들의 지력이 빛나는 박지원의 <열하일기>, 홍대용의 <의산문답>, 박제가의 <북학의> 등도 명저 리스트에 올랐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탄생 및 발전 과정, 특질을 탐색한 선구적인 저작들이 책 두께를 더한다. 애덤 스미스를 필두로 루드비히 폰 미제스, 발터 오이켄, 밀턴 프리드먼 등 현대 경제학을 주조한 태두들의 숨결이 생생하다.

전현직 기자인 저자들은 “한 줄의 문장, 하나의 통찰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전한다. 주옥같은 문장, 탁월한 시선, 숨은 이야기를 촘촘히 담아냈다는 설명이다. 신문 연재 당시 높은 열독률과 뜨거운 댓글 반응을 불렀다. “한국 신문 중에서 가장 수준 높은 코너” “이렇게 쉽게 쓸 수 있다니….”

대가의 통찰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이 자리한다. 그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연스레 짐작하게 된다. 삶을 반추해보려는 기성세대, 지적 자극을 갈구하는 청년을 위한 책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