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청약 호조를 보이는 아파트와 달리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공급된 도시형 생활주택은 청약 미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서민과 청년층 임차 수요가 줄어든 데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며 임대인의 투자 수요도 꺾였기 때문이다. 올해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실적은 1년 전에 비해 75%나 급감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을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서울에서 ‘청약 미달’ 행렬
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의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라파르 신림’이 지난달 도시형 생활주택 16가구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 결과 총 19명이 접수하는 데 그쳤다. D모델(전용면적 27㎡)은 8가구 모집에 14명이 몰렸다. C모델(전용 26㎡)은 8가구를 모집하는 데 단 5명이 접수해 미달을 기록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과 경전철 신림선 환승역인 신림역 역세권이라 입지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청약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난 4월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38가구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 ‘이노와이즈신촌’이 공급됐다. 당시 청약은 22건에 그쳤다. 금천구 시흥동에 들어서는 ‘서울 우남 w컨템포287’도 4월 30가구 모집에 16명만 접수했다. 용산구 ‘신용산 큐브스테이트’ 정도만 8.5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선방했다. 작년만 해도 강서구 ‘목동 더채움’(19.1 대 1), 동대문구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10.9 대 1), 용산구 ‘디케이밸리뷰 용산’(28.5 대 1) 등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적지 않았다.
2009년 도입된 도시형 생활주택은 총 300가구 미만, 가구당 전용 85㎡ 이하로 구성된다. 아파트에 비해 주차 대수나 조경, 공용시설 등 규제가 덜 까다롭다는 특징이 있다. 1~2인 가구가 주로 전·월세로 거주한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아파트처럼 실수요층이 탄탄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분양받은 뒤 세를 줘 임대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이 강하다”며 “최근 고금리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여파로 도시형 생활주택 임차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크다. ○9월 서울 인허가 실적 ‘0’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은 ‘절벽’ 수준이다.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인건비와 금융비용, 자재가격은 다락같이 오르면서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 사업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의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실적은 2032가구로, 전년 동기(8307가구) 대비 75.5% 급감했다. 같은 기간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물량도 2만1956가구에서 5752가구로 74% 쪼그라들었다. 지난 9월엔 서울 인허가 건수가 ‘제로(0)’였다.
9월 누계 기준 전국 아파트 인허가 실적이 작년 31만2229가구에서 올해 21만9858가구로 30% 줄어든 것에 비해 도시형 생활주택의 감소폭이 훨씬 크다. 건설업계에선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안전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최근 주택도시기금 대출 지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는 세금 등의 문제로, 무주택자는 아파트 청약 불이익 때문에 도시형 생활주택 투자를 꺼린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을 주택 수에서 제외해 달라고 지속 건의하는 배경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