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순이자마진(NIM)을 통해 수익을 얻는 은행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리 하락기에는 NIM이 줄면서 은행업의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관련 종목이 이미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십% 추가 하락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오후 기준)는 지난 5월 12일 3.274%에서 지난달 31일 4.325%로 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이후 하락으로 방향을 틀어 이달 2일에는 4.168%를 기록했다. 최근 국채 금리가 급락한 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비둘기파적 전환'(dovish pivot)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기준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이 일을 계기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난달 31일 4.926%에서 이달 2일 4.673%으로 급락했고, 우리나라도 이 영향을 받아 국채 금리가 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은행주도 최근 하락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중순께부터 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고, 이에 따라 KRX 은행 지수는 지난달 18일 659.05로 단기 고점을 찍은 뒤 이달 2일 600.26까지 8.92% 떨어졌다. 시장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면 은행 수익성의 핵심인 NIM이 계속 나빠지기 때문에 주가가 조정을 받은 것이다.
NIM은 '은행이 기업 등에 돈을 대출해 주고 받는 이자'(여신 수입)에서 '은행이 예금 가입자 등 돈을 맡긴 사람에게 주는 이자'(수신 지출)를 뺀 것을 말한다.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 여신 금리는 자주 갱신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수입이 빨리 줄지만, 수신 금리는 비교적 고정형이 많아 수입만 줄고 지출은 그대로인 결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최근 20년간 우리나라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KRX 은행 지수의 흐름을 보면, 금리 하락기에는 KRX 은행 지수가 반토막 나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 연출됐다. 이번에도 그 정도 하락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 최근의 10% 정도 하락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말과 내년초 NIM이 소폭 상승할 가능성도 있지만 지속적인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