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 둔 40대 엄마, 뇌출혈로 의식잃고 뇌사…7명에 새 삶

입력 2023-11-03 14:22
수정 2023-11-03 14:23

뇌출혈로 갑자기 의식을 잃어 뇌사 상태에 빠진 40대 여성이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 조미영 씨(47)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좌·우 신장, 좌·우 폐장, 좌·우 안구, 간장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앞서 조씨는 지난 9월 24일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에 갔으나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결국 조 씨는 뇌출혈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끝내 뇌사상태에 빠졌다.

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조 씨는 평소 밝게 웃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세 아이를 둔 든든한 엄마이자 남편에겐 자상하고 배려심 많은 아내였다고 한다.

조씨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이별에 힘들었지만, 생전 그가 했던 말을 잊지 않고 지켰다. 그는 장기 기증 관련 뉴스를 보면서 남편에게 "혹시 우리에게 저런 일이 생기면 고민하지 말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증하자"라고 말한 사람이었다.

결국 기증을 결심한 남편은 당장이라도 "아내가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장기기증 여부를 문의했다. 조씨의 가족들은 사랑하는 그가 한 줌의 재로 남겨지기보다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며 살아 숨 쉬길 바랄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씨의 남편은 "항상 옆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게. 아이들 걱정하지 말고 하늘나라에서 우리 잘 지내는지 지켜봐 주면 좋겠어.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면 고생했다고 말해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조씨의 딸은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잊지 않고 늘 기억하면서 살게. 엄마, 사랑하고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라고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증하자고 약속한 기증자와 그 약속을 이뤄주기 위해 기증에 동의해주신 유가족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