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달보다 3.8% 상승했다고 통계청이 2일 발표했다. 3개월 연속 오름세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과 이상기온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 7월 2%대에서 8월 3.4%, 9월 3.7%로 높아졌다. 10월엔 상승폭이 더 커졌다. 기상 악화로 사과(72.4%) 상추(40.7%) 토마토(22.8%) 등 신선과일·채소류 가격이 급등했다. 전체 농산물 물가는 13.5% 뛰며 2021년 5월(14.9%) 후 2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과 등 신선과일류는 26.2% 상승했다. 2011년 1월(31.9%) 후 12년9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전기료(14%)가 크게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9.6% 올랐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 하락했지만, 하락폭은 9월(-4.9%)보다 크게 줄었다. 전월 대비로는 1.4% 상승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로 나오면서 정부의 올해 물가 전망치(3.3%)가 빗나갈 가능성도 커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당초 예상보다 물가 하락 속도가 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기자간담회에서 “10월, 11월에 가면 물가 상승률이 3%대 초반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정부는 ‘김장철 가격안정 방안’을 내놨다.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45억원을 투입해 배추, 무, 고춧가루 등 김장 재료 14종을 할인 판매하고 비축 물량 1만t을 풀어 소비자가격을 최대 60% 낮추겠다고 밝혔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농산물 구입비 세금 감면 혜택(의제매입세액공제)을 최장 3년(연매출 4억원 이하 영세 개인음식점) 연장하고 공제 한도는 10%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