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에 대해 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처음으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기준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다고 공식 인정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다음달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사실상 긴축을 종료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최근 몇 달 동안 장기채권 금리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또 현재의 금리 상태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그는 “아직 금리를 올린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통화정책의 효과를 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재 (통화 긴축) 속도를 늦춰서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에서 다음달 FOMC 때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전날 68%에서 하루 만에 77%로 상승했다.
급등하던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9%포인트 하락해 연 4.73%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동향을 반영하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0.14%포인트 하락한 연 4.95%로 마감했다.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파월 의장이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지만 정책결정문에서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 여건 변화를 언급함으로써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단서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월가에서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상반기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 예상이 맞으면 Fed는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2%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Fed가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아예 접은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파월 의장은 “Fed가 충분한 긴축을 이뤘다고 말할 자신감은 없다”며 “앞으로 얼마만큼의 추가적인 긴축이 적당할지 등을 향후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BOE)도 2일 기준금리를 연 5.25%로 동결했다. BOE는 2021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기준금리를 14회 연속 올려왔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