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8% 상승하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예상치 못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반등한데다 이상기온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정부의 올해 물가 전망치(3.3%)가빗나갈 가능성도 커졌다.
○이상 기온에 농산물 13.5% 올라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8% 상승했다. 지난 6월(2.7%)과 7월(2.3%) 2%대로 내려앉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3.4%, 9월 3.7%에 이어 10월엔 상승폭을 더 키운 것이다.
물가 상승세는 생활물가가 주도했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6% 상승하며 9월(4.4%)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해 7월 7.9%로 정점을 찍은뒤 올해 7월 1.8%까지 떨어졌던 생활물가지수는 8월 3.9%로 반등한 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기상 악화로 사과(72.4%), 상추(40.7%), 토마토(22.8%)등 신선 과일·채소류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농산물 전체로는 1년 전보다 13.5% 뛰면서 2021년 5월(14.9%)이후 2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과 등 신선과일류는 26.2% 상승하며 2011년1월(31.9%) 이후 12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가공식품(4.9%), 외식물가(4.8%)도 전체 물가 수준을 끌어올렸다.
전기료(14%)가 크게 오르며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9.6% 상승했다. 시내버스료(11.3%), 택시료(20%)등 대중교통비 인상 여파가 반영되면서 공공서비스 물가도 2.1% 올랐다. 2021년 10월 이후 2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안정되는듯했던 석유류 물가도 다시 불안해졌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3% 하락했지만, 하락폭은 9월(-4.9%)보다 크게 줄었다. 전월 대비로는 1.4% 상승했다.
○정부 “예상보다 하락 속도 완만”
정부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올해 물가 전망치는 3.3%다. 하지만 올들어 10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높다.
최근까지도 낙관론을 폈던 정부도 신중론으로 바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국내 물가는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상저온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하락 속도가 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기자간담회에서 “10월, 11월에 가면 물가 상승률이 3%대 초반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장보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브리핑에서 “10월 중하순부터 농산물 수급이 개선되고 있어 연말 물가 상승률은 지금보다는 낮은 3%대 초중반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국제유가가 중동지역 상황 전개에 달려 있어 변동성이 크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김장철 먹거리 가격안정 방안’을 내놨다. 우선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45억원을 투입해 배추, 무, 고춧가루 등 14종 김장 재료를 할인 판매하고 1만t에 달하는 비축 물량을 풀어 소비자 가격을 최대 60% 낮추겠다고 밝혔다.
바나나, 망고, 전지·탈지분유 등 8개 품목은 할당관세를 적용해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올해 연말 종료 예정이던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혜택을 최장 3년(연매출 4억원 이하 영세 개인음식점) 연장하고 공제 한도는 10%포인트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의제매입세액공제는 식재료 구입비 일부를 세금에서 빼주는 제도다.
또 커피, 코코아 같은 수입품과 김치 등 가공식료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202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올해 겨울철 기초생활수급가구 등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와 가스요금 할인은 지난해 대폭 확대했던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