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안을 가결했다. 독과점 규제가 깐깐한 유럽연합(EU)의 심사 통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다. 하지만 남은 항로도 첩첩산중이다. EU를 넘더라도 미국과 일본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1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은 화물사업 인수자를 찾는 일도 난제다.
무엇보다 당초 목표대로 ‘글로벌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한항공은 총 14개국에 달하는 해외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 과정에서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 재분배 카드를 제시했다. 영국에선 런던 히스로공항에 보유 중인 7개 슬롯을 LCC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기로 했다. 중국에도 46개의 슬롯을 반납하기로 했다. 남은 미국과 일본의 문턱을 넘기 위해 추가로 노선을 넘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처럼 ‘알짜’로 통하는 화물부문 매각과 함께 일부 주요 노선까지 반납하면 합병 시너지는 사라지고 상처만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만하다. 합병 발표 후 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아시아나항공 손익구조는 악화일로다. 올해 6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만 약 12조원, 부채비율은 1741%에 이른다. 시장 독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 우려와 노조 반발도 불씨다.
항공은 국가 핵심 기간산업이다. 더구나 이번 합병은 아시아나항공 위기로 촉발됐지만 ‘세계 10위권 항공사 육성’이라는 목표 아래 정부가 주도한 항공산업 구조 개편의 일환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금껏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3조3000억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에 모든 책임을 떠넘길 일이 아니다. 남은 합병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캐리어로 날기까지 정부와 산은 역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