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로 뽑은 신입사원 중 25%는 입사하지 않고 다른 기업으로 가버립니다. 여유를 두고 더 많이 뽑았더니 합격자 53%가 도망가더라고요. 공채 한 번에 비용 2억원이 들기 때문에 '또 뽑으면 되지' 식으로 생각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어떤 지원자가 입사를 포기할지 예측모델을 만들어 봤어요."
어승수 LS홀딩스 피플랩 팀장은 2일 글로벌인재포럼 2023의 '일하기 혁명이 온다' 세션에서 인공지능(AI)을 기업 인사 관리에 접목한 경험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 모델은 합격자들의 입사지원서부터 학력, 전공, 보유 자격증 등까지 폭넓은 정보를 활용한다. 인적성 검사 항목은 물론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몇 차례 로그인하고 얼마 동안 체류하며 어떤 버튼을 눌렀는지도 데이터로 집어넣었다. 합격자 중 입사를 택한 사람과 포기를 택한 사람들의 특징을 학습시킨 것이다. '의사결정 트리 알고리즘'으로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목표변수의 값을 예측한다. 어 팀장은 "오차는 존재하지만 지원자 개인별 입사 포기 확률을 계산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델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하면 신입사원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모델도 만들 수 있다. 그는 지난 3년 간 채용에서 축적된 1만5000건의 자소서 텍스트와 평가 점수를 AI에 학습시켰다. 어 팀장은 "학습 후 AI는 평가위원과 거의 유사하게 자소서를 평가하게 됐다"며 "차이가 있다면 인간 평가는 5주의 기간과 3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AI 평가는 40분의 시간과 전기세 정도 비용이면 충분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비용 절감 효과보다 놀라운 점은 AI의 '일관성'이다. 똑같은 자소서를 다시 평가할 때 이전과 얼마나 비슷한 평가를 내리는지 여부다. 그는 "훈련된 심리학자조차 재평가 신뢰도가 0.67에 그치지만 AI는 신뢰도가 완전한 1에 달한다"고 했다.
어 팀장은 인사 담당자들이 AI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 팀장은 "인적자원 평가는 복잡하기 때문에 AI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게 통념"이라며 "AI가 틀리거나 비윤리적인 결과를 제시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처음부터 AI 도구가 마블 영화에 나오는 '자비스'(AI 비서)처럼 유능하길 바라선 안된다"며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세션에서는 어 팀장을 비롯해 다양한 인사 전문가들이 실무에 AI를 활용한 사례를 선보였다. 정보영 현대차 경영연구원 인재개발원 HRD 전략팀 책임매니저는 앱 '옵시디언'을 이용한 메모 방식을, 진영심 KT그룹 인재개발실 실장은 챗GPT를 활용한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