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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드리운 태양광 업계-下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에서도 태양광에는 조만간 '볕들 날'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사설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태양광 부문의 경우 올해 들어 패널 등 부품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공급망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판단에서다. FT는 심지어 "앞으로 태양광이 풍력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19일(현지시간) 레벨텐에너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북미 지역의 태양광 전력구매가격(PPA)이 전 분기 대비 1% 떨어져 3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레벨텐에너지의 지아 클라크 수석이사는 "태양광 개발 사업에서 공급망의 제약적 요인들이 완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후 3분기에는 다시 전 분기 대비 4%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태양광 발전 가격은 풍력 PPA에 비해 안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 PPA는 '매출'의 개념으로 통용된다. 사업체 입장에서는 PPA가 높을수록 전력 판매가가 올라가고 그만큼 사업성이 좋아진다. 하지만 PPA가 하락하더라도 사업 전반에 투입되는 비용(균등화발전비용·LCOE)이 더 낮아지면 사업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LCOE는 '원가'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FT와 레벨텐에너지 등의 분석은 '태양광의 공급망 우려가 해소돼 LCOE(원가)가 하락하면 개발사들의 장비 확보가 수월해지고 이는 기업체, 유틸리티 등의 태양광 수요와 맞물려 태양광 시장의 파이가 커질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독일 재생에너지 기업 RWE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각국 정부의 세금 인센티브 정책 추진에 힘입어 PPA의 공급과 수요 모두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급망 차질, 철강 등 원재료의 가격 상승, 고금리 등으로 LCOE가 치솟았다. 태양광 패널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2020년 ㎏당 10달러에서 작년에 35달러로 뛰었다. 각종 비용들을 종합한 결과 신규 프로젝트들의 LCOE는 동기간 20% 가까이 오른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다 미국의 중국산 패널 수입 제한 조치 등은 태양광 프로젝트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FT 등은 태양광의 '볕들 날'을 예언했다. FT는 "LCOE는 떨어지는 추세에 놓여 있으며 태양광의 경우 그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크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풍력 터빈보다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게 더 쉽고, 태양광 제조사 수도 더 많다"고 분석했다. 실제 솔라파워유럽에 따르면 8월 기준 태양광 패널 가격은 연초 대비 25% 이상 떨어졌다. 패널의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으로 유럽의 일부 제조사들은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차제에 태양광 패널의 효율성을 높이고 동시에 제조 원가를 절감하는 기업들만 살아남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양광 업계의 강력한 성장 전망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려는 개발사들의 인수합병(M&A)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들어 RWE는 콘 에디슨의 청정에너지 사업부를 68억달러에 사들였다. 캐나다 브룩필드 리뉴어블은 듀크 에너지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업 플랫폼을 28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