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중심으로 운영해온 HMM이 최근 벌크선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을 양대 축으로 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흐름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는 구조에서 탈피하겠다는 전략이다. 컨테이너선과 달리 장기운송계약 비중이 높은 벌크선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 해운 불황기에 ‘효자’ 역할을 할 수 있다.
HMM은 지난달 27일 벌크선 4척을 1조2800억원에 장기 대선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지난 8월엔 다목적 중량화물선(MPV) 4척을 발주하는 등 벌크선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 회사가 보유한 벌크선대는 지난해 말 29척이었다. 올해는 35척으로 6척 늘렸고, 내년에는 46척으로 11척 확대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53척, 2026년에는 55척까지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HMM은 컨테이너선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선복량은 8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2025년엔 100만TEU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HMM은 2010년 컨테이너와 벌크 사업 비중이 6 대 4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글로벌 해운 업황이 악화하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벌크선을 잇따라 매각했다. 지난해 해운 시황 급등으로 1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재무 구조가 탄탄해지자 벌크선 투자를 늘려 사업 구조를 보다 안정적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HMM은 벌크선 가운데서도 유조선 등 탱커 부문 투자를 특히 늘리고 있다. 앞서 다른 해운사에 철광석·유연탄 등을 운반하는 벌크전용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매각하면서 향후 몇 년간 해당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HMM이 지난 3월 중국 조선소에 자동차 운반선(PCTC) 3척을 발주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HMM이 자동차 운반선 건조 계약을 맺은 것은 2002년 자동차 운반선단을 매각한 이후 21년 만이다. 최근 전기차 수출입 증가로 자동차 운반선 수요가 늘면서 해당 사업에 재진출하려는 것이다. 6500CEU(1CEU=차량 1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급 자동차 운반선 용선료는 2020년 하루 1만달러에서 최근 11만달러 수준으로 크게 뛰었다.
컨테이너 시황이 최소 내년까지는 회복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HMM의 벌크선 확충 전략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선사들이 내년 인도받을 컨테이너선 물량이 최근 몇 년 새 최대여서 공급 과잉 상태가 202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SCFI는 올해 내내 손익분기점으로 통하는 1000 안팎을 오르내리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HMM은 원가 절감을 통해 SCFI 900선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이런 국면이 장기화하면 큰 이익을 내기 어렵다. 최근 SCFI가 오른 것은 해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 국경절 연휴가 끝나는 시점에 해운사들이 선박 운영을 줄였기 때문이다. 발틱운임지수(BDI)는 최근 한 달간 1500~2000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벌크선은 컨테이너선처럼 큰 이익이 나진 않지만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