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감액예산을 편성한 서울시의 내년도 시 살림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47조1900억원인 올해 예산보다 1조4675억원이나 줄인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보조사업 구조조정(3782억원), 예산 집행의 효율화(1조4158억원) 등으로 감축한 세부 내역·항목도 타당성이 있다. 그러면서도 오세훈 시장이 역설해온 취약계층 지원(‘약자와의 동행’) 관련 지출에 13조원을 배정했고 안전 예산으로도 2조원을 확보했다. 도시공간 재생·관광·창업 분야도 1조원가량 된다. 감축예산이지만 소외지대 살피기 지출처럼 꼭 써야 할 곳까지 재정의 문을 닫지는 않았다.
서울시가 단순 긴축을 넘어 감액으로 내년도 예산을 편성한 것은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관련 지방세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 법인세와 연동되는 지방소득세 감소도 확실시되고, 부가가치세에 따라 붙는 지방소비세 수입도 불투명하다. 국세인 종합소득세의 지방 이전도 줄어들게 돼 있다. 불경기로 세수 감소가 뻔한 상황에서 지출 줄이기는 불가피하다.
더구나 중앙정부가 건전재정을 국정 운영의 원리로 제시해온 상황이다. 정부의 교부금에 크게 의존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재정 운용에서는 이 기조에 따라 허리띠를 좨야 한다. 시·도지사들의 소속 정당이 제각각이지만 지방 재정까지 정파 논리에 입각해선 곤란하다. 지역 주민 입장에선 중앙정부가 따로 있고, 지방정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행정안전부도 세수 결손으로 각 지역으로 가는 교부금이 11조원가량 줄어든다며 적어도 내년만큼은 효율적인 지방재정 운용을 당부·유도해왔다.
어제 동시에 나온 서울교육청 내년 예산도 1조7310억원가량 줄었다. 세수 부진에 학령인구까지 급감하는 판에 당연하다. 교육청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통한 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 서울시의 내년도 초긴축 예산을 다른 시·도는 물론 시·군·구까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시대적 과제인 건전재정은 지자체도 예외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