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한 디지털 아트 경연대회에서 한 게임 디자이너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출품한 그림이 화가들이 직접 그린 작품을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 북아메리카의 한 웹툰 플랫폼에선 그림은 AI 툴을 활용해 그리고, 텍스트만 작가가 직접 덧붙이는 형태로 작품 연재가 이뤄지고 있다.
1일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3’의 ‘패러다임 시프트: 디지털 교육 대전환’ 세션에서 좌장을 맡은 장동선 한양대 창의융합원 교수는 이 같은 사례들을 소개하며 “AI시대에선 새로운 교육방법이 필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미대에 가서 오랜 시간 채색 등을 연습하는게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은 상상력이 뛰어나고 AI를 다루는 능력만 있다면 바로 작가로 데뷔할 수 있게 됐다”며 ‘능력’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AI가 쉽게 답을 낼 수 있는 단순 지식 습득이나 기술을 경쟁적으로 익히는 식의 교육은 무의미해질 것이란 게 장 교수의 진단이다. 장 교수는 “신사업을 기획할 때 다른 기업 사례를 리서치하고 벤치마킹하는 등 기존에는 매뉴얼이 존재하는 세상이었다”며 “이제는 새로운 것을 탐험하고 항로를 뚫는 스킬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연결’이 중요하다는 게 장 교수의 결론이다. 장 교수는 “개인보다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는 팀의 퍼포먼스가 더 좋다”며 “사람과 사람를 더 많이 연결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인간이 더 중요해지는 교육이 AI 교육의 미래”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회장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 회장은 “인지심리학적으로 능력은 역량과 기술, 지식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역량”이라며 “능력의 재료인 지식은 언제든 쉽게 조달할 수 있고 기술은 적정 수준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면 되지만, 역량은 결정적 성장기에 집중적으로 형성되고 성장기 이후엔 개발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거장들이 모두 대학 중퇴자라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학벌이나 스펙 같은 스펙이 진짜 역량은 아니다”며 “질문 대신 정답을 강요하는 교육을 중단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회복하는 게 진짜 역량을 기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교육 현장에서 AI가 보편화됐을 때 가장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분야로 의료가 꼽힌다. 가령 각종 영상과 이미지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안전하게 절제할 수 있는 부위를 알려주는 외과 분야의 GPS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박윤수 미 일리노이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날 이 같은 명제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박 교수는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AI 기반의 ‘하이테크’, ‘하이터치’ 교육공법을 적용하자 교육 효과가 0.16에서 0.44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하이테크 교육 뿐 아니라 교사와의 상호관계 등 ‘휴먼 팩터’를 입힌 하이터치 기술까지 적용했을 때 교육 효과가 훨씬 좋아진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베트남과 우루과이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AI 기반 정밀교육을 시킨 결과 이들의 수학 성적이 훨씬 좋아졌다는 연구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