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렉서스 사장 "제네시스에 전동화 지지 않겠다"

입력 2023-11-01 10:06
수정 2023-11-01 13:44

"렉서스를 주축으로 도요타 전동화를 발전시켜 나가겠다. 제네시스에 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와타나베 다카시 렉서스 인터내셔널 사장은 지난달 25일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2023 재팬모빌리티쇼'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1993년 도요타에 입사해 지난 3월 렉서스 인터내셔널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2020년부터 전동화 추진 개발 책임자를 맡아 렉서스 전동화를 이끌었다. 현재 판매 중UX300e, RZ 시리즈 등 렉서스 전기차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와타나베 사장은 도요타 전동화에 있어 렉서스의 역할에 대해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택한 도요타 안에서 각각의 브랜드는 역할을 정해 전동화를 진행 중"이라며 "렉서스는 기술력을 견인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에서도 프리미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며 "렉서스는 주행과 소프트웨어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전동화 기술을 중점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는 토크 반응과 구동력이 내연기관차보다 뛰어나다. 이런 점을 강화하면 렉서스다운 주행감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디자인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며 "운전하는 사람과 주변을 감지하는 기술과 전동화를 융합해 고객 니즈에 맞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면 전기차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렉서스는 일본 도요타가 고급화를 목적으로 1989년 출시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현대차의 '제네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완전 전동화 예상 시점은 제네시스가 앞서 있다. 제네시스는 오는 2025년 이후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할 예정이지만 렉서스는 2030년 모든 차종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렉서스를 포함한 도요타는 각국 상황에 맞는 탄소중립을 위해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를 모두 제공하는 '멀티 패스웨이' 전동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 렉서스는 미국 테슬라가 처음 도입한 '기가 캐스팅' 공법을 도입해 제조과정을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가 캐스팅이란 하나의 금속판을 주물(틀)에 넣고 높은 온도와 강한 압력을 이용해 차체를 만드는 공법을 말한다. 이 방식은 부품 수와 비용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차 무게를 줄여 전비와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와타나베 사장은 "자동차 구조를 프런트(전면), 리어(후면), 센터 등 3개로 나누고 이를 모듈화하면 보다 심플한 전기차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며 "기가 캐스팅의 가장 큰 장점은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LF-ZC(렉서스 전기 콘셉트카)부터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LF-ZC는 2026년 양산할 렉서스 차세대 전기차다. 이번 재팬모빌리티쇼에서 콘셉트카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렉서스 스타일의 디자인과 공기역학적 구조, 공간효율성을 특징으로 한다. 도요타 자체 개발 운영체제(OS) 아린도 탑재한다. 차세대 각형 고성능 배터리를 장착해 주행거리 1000km 이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도요타와 렉서스는 전기차 전환에서 외부 협력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10년간 20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MOU)을 체결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배터리 탑재량을 늘리면 주행거리는 확보하겠지만, 차가 무거워지고 비용이 증가한다"며 "얼마나 상품력이 있는 배터리를 탑재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