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첨단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을 올해보다 2.5배 늘린다. 경기 평택캠퍼스와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설비도 고도화한다. 올해 시설투자에만 역대 최대인 53조7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이를 통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반도체 시장 회복기를 대비한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67조4047억원, 영업이익 2조4336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12.2%, 영업이익은 77.6% 줄었다. 작년보다 실적은 뒷걸음질 쳤지만, 올 들어 처음 ‘조(兆) 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등 실적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사업의 올 3분기 영업손실은 3조7500억원에 달했다. 4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올 1, 2분기보다 감소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 등의 영업이익은 3조3000억원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HBM 판매량을 늘려 실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내년 HBM 공급량을 올해 대비 2.5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를 올 3분기 양산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 5세대인 ‘HBM3E’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고객사의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5월에 정점을 찍은 뒤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며 “메모리 업황 회복세가 2024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 사업은 내년 폴더블폰 등 주력 제품 판매량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선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까지 시설투자에 36조7000억원을 썼다. 연간으로는 역대 최대인 53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익환/최예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