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21대 국회 마지막 예산안 심사의 막이 올랐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위해 긴축적 예산안을 내놓은 가운데 야당은 민생 안정을 명분으로 재정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심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업과 관련해서는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는 1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한다. 정부는 올해보다 2.8% 늘어난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전체 예산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건전 재정에 무게를 둔 “현명한 예산”(윤재옥 원내대표)이라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재정의 역할을 저버린 “미래 대비가 없는 예산”(홍익표 원내대표)이라며 증액을 벼르고 있다.
우선 정부가 올해 31조1000억원에서 25조9000억원으로 16.6%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삭감한 R&D 예산을 복원하겠다며 당내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다. 홍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안에 미래 대비 예산이 없다”며 “R&D 예산이 삭감됐고, 청년 일자리 관련 예산도 대폭 줄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R&D 편성안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고, 증액이 필요한 부분은 당의 입장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기본적으로 R&D 예산이 지난 수년간 급격하게 늘어나며 비효율이 누적된 만큼 일정 부분 예산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여당의 판단이다.
민주당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민생 관련 예산도 대폭 증액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지방자치단체장 시절 간판 사업인 지역화폐 사업 예산을 두고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놓고도 이견이 크다. 새만금 사업 예산은 관련 부처가 예산편성 당국인 기획재정부에 6626억원을 요청했지만 심의 과정에서 77.6%가 깎여 1479억원만 편성됐다. 민주당은 잼버리 파행 운영에 대한 ‘보복성 예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설계비 명목으로 편성된 123억원을 놓고도 여야가 대립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먼저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만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해소되기 전에는 설계비도 반영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