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기상 여건 등 농업 관측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배추, 무, 양파 등을 수매해 최근 3년간 273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이 31일 공개한 aT 정기 감사보고서를 보면 농식품부와 aT는 농산물 수매량을 결정할 때 수급 부족 시기의 3개월 전 상황에 근거한 농업관측 예측 생산량 자료를 사용했다. 감사원이 작년 12월까지 최근 3년간 5대 품목의 농업관측 예측 생산량과 실제 생산량을 비교해보니 생산량 오차는 최대 117.8%까지 발생했다. 이는 과다 수매한 배추와 무, 양파 등 3만여t을 폐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배추와 무처럼 적정 보관기간이 짧은 농산물 역시 다른 품목처럼 수매한 전량을 창고에 비축해 쌓아두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됐다.
농식품부가 2021년 7월 신선란 수급 안정을 위해 1억 개의 수입 신선란을 들여오는 과정에서도 예측 실패에 따른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aT는 ‘수입 신선란의 폐기가 우려된다’는 보고를 했지만 농식품부는 수입을 강행했다. 결국 이듬해 1월 수입 신선란 중 2125만 개가 유통기한 경과로 폐기됐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하는 등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들이 처분 기간에 학교와 공공기관에 식자재를 100억원어치 이상 납품한 사실도 감사로 드러났다. aT는 기획재정부가 매년 시행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농산물 가격안정 기여성과’ 지표에 들어가는 품목을 임의 변경하는 방식으로 7년간 만점을 받기도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