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지도자는 적절한 순간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책마을]

입력 2023-11-03 08:54
수정 2023-11-08 14:29
대체로 권력은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정치인이나 기업의 대표 등 일부 의사결정자들의 전유물인 것 같아서다. 이 때문에 권력은 고위층의 부패와 직권 남용 등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결되곤 한다.

최근 출간된 <수평적 권력>은 권력에 대한 이런 통념에 반박한다. 책을 쓴 데버라 그룬펠드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모두 누군가한테 권력자다"라는 권력론을 제시한다. 저자가 대학에서 25년 넘게 '권력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강의하며 정리한 결과다.



책은 권력의 사회성에 주목한다. 권력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만들어내는 결과를 통제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부·명예·카리스마·매력 등 개인적인 속성과는 다르다. 특정 개인한테만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권리도 아니라고 본다.

저자는 권력을 배우의 연기에 비유한다. 배우들이 작품마다 배역에 맞게 연기하듯, 사회와 직장에서 주어진 역할에 맡게 권력을 연기하면 된다는 의미다. 시간과 장소, 상황에 알맞은 역할을 수행할 때 권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권력이었던 것이 때로는 아닌 가변성을 지닌다. 이런 맥락에서 '갑질' 역시 직장 상사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한다. 직장에서 시달리던 이들은 퇴근하고 나서는 새로운 인간관계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배우자나 아이한테, 식당에서는 점원한테 '갑질'을 할 수 있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다른 사람의 복종을 강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공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도 권력을 얻고 휘두를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을 낮추고 권력을 드러내지 않는 게 더 효과적이다. 저자는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의 "위대한 지도자의 덕목은 적절한 순간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한다.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냄으로써 주변 사람을 기꺼이 자신의 편으로 끌어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리더십에 관한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정치·사회학적 이론이나 연구 결과보다는 저자의 경험담이나 상담하며 마주친 사람들의 가벼운 일화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권력을 어떻게 획득하는지, 권력이 어떻게 정당성을 지닌 권위로 탈바꿈하는지 등 깊이 있는 논의는 부족하다.

책의 제목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같은 조직 내에서 비슷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평적 권력' 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띠는 권력의 '횡(橫)적 이동'에 가까워 보인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