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까지 韓처럼…이랜드, 中서 '제2 전성기'

입력 2023-10-31 18:03
수정 2023-11-08 16:53

30년 넘게 중국에서 사업을 펼쳐온 이랜드그룹 패션 계열사 이랜드월드에 제2 중국 전성기가 찾아왔다. 이랜드월드는 한때 중국에서만 2조원 넘게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한한령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매출이 절반 이상 빠졌다.

그런 와중에도 꾸준히 중국에 공을 들였다. 올해 들어선 지난 1월 한중 패션총괄로 선임된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 주도하에 전략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새 전략이 먹혀들어 향후 2년 이내에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뛰어넘을 것이란 게 회사 측 자체 전망이다.

‘현지화 대신 한국화’ 전략 통해 31일 이랜드에 따르면 이랜드월드 중국법인의 올해 예상 매출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 안팎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엔 1조5000억원에 이른 뒤 2025년 중국에서 한국 매출(작년 기준 1조5200억원)을 추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에서 고전 중인 한국 기업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과란 게 경제계의 시각이다.

이는 이랜드가 올해 브랜드 재정비에 ‘올인’한 효과로 분석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중 패션사업 부문의 완전한 통합이다. 예전에는 양국 법인이 따로 운영돼 제품, 광고, 매장 구성까지 모든 게 달랐다. 이랜드 중국법인 관계자는 “최 대표 취임 후 회사 내에서 한·중 간 경계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두 사업 부문을 합친 건 이랜드만의 색을 명확히 보여줘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작년까지 중국 현지화 전략을 펼쳐온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스파오’는 올해부터 전략을 180도 바꿔 중국 매장을 한국과 똑같이 꾸미고 있다.

이날 찾은 상하이 양푸취의 스파오 매장도 그랬다. 진열된 제품과 광고모델, 인테리어, 직원 인사법, 매장 음악까지 한국과 똑같다. 이 매장은 4월 리뉴얼 재개장한 뒤 단위면적당 매출 1위에 올랐다. 현재는 지난주 새로 문을 연 환추강 매장의 매출이 가장 높다.

‘뉴발란스 키즈’도 통합 효과를 톡톡히 봤다. 뉴발란스 키즈는 트렌디한 디자인의 한국 의류제품을 내세워 올해 중국 매출(리테일 기준)이 약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이 두 배인 2000억원이 목표다.

이렇게 되면 한국 뉴발란스 키즈 매출(2022년 약 1700억원)보다 많아진다. 8월에는 한국 매장과 비슷한 플래그십 매장을 상하이 난징둥루에 냈다. 뉴발란스 키즈 관계자는 “플래그십 오픈 후 ‘매장을 내고 싶다’는 대리상 문의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中 소비수준 높아지자 고급화고급화 전략도 폈다. 중국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추려는 의도다. 중국에서만 운영하는 여성복 브랜드 ‘이랜드’가 대표적이다. 리뉴얼 후 7월 재론칭한 이랜드는 트래디셔널 캐주얼을 표방한다.

좋은 소재, 단정한 디자인을 앞세워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랄프로렌’의 대항마로 키울 계획이다. 가격은 니트류가 15만~20만원대로 싸지 않지만 랄프로렌보다는 20~30%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

이랜드는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각 매장에 유통하는 종전 방식에서 벗어나 소량만 생산해 시장 반응을 본 뒤 재주문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트렌드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다.

매장 인테리어도 콘셉트에 맞게 바꿨다. 7월 본격적인 매장 리뉴얼에 들어가 현재 전체 매장의 10% 정도인 30개 매장을 새롭게 단장했다.

상하이=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