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적 물동량 세계 2위 규모의 부산 신항이 완전 자동화 항만 구축에 첫발을 내디뎠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로템 등 국내 대기업과 지역 스타트업의 참여를 유도해 자동화 항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자율운항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항만부터 내륙 운송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람 없이 기계만으로 운영31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부산항만공사는 부산 신항 2-5단계 사업지의 완전 자동화 부두 공사를 지난 27일 완료했다. 배를 댈 수 있는 안벽과 이송장, 컨테이너 적치장(야드)까지 컨테이너를 온전히 기계의 힘만으로 옮겨 쌓을 수 있다. 무인 크레인(컨테이너 크레인)이 선박의 컨테이너를 AGV(자율운항트럭)에 실어 야적장의 트랜스퍼 크레인으로 옮기는 구조다. AGV는 다른 차량과의 혼잡도를 계산해 스스로 대기하고 이동하며, 트랜스퍼 크레인 역시 AGV로부터 받은 화물을 적절한 공간에 쌓는다.
부산항만공사는 2019년부터 3375억원을 들여 2-5단계 컨테이너 크레인 9기와 트랜스퍼 크레인 46기를 들였다. 2-5단계 운영사인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은 AGV 31대 도입을 시작으로 총 60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외국산 제품이 90%에 달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사업은 대부분 국내 대기업이 참여했다. 자동화 항만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현대삼호중공업은 국내 최초 무인 원격 듀얼 트롤리 방식의 컨테이너 크레인 9기를 제조했다. 트랜스퍼 크레인은 HJ중공업(34기)과 두산에너빌리티(12기)가 만들었다. AGV는 현대로템과 네덜란드 VDL이 합작으로 개발했다. 설계는 VDL이 맡았으며, AGV 제어 소프트웨어는 현대로템이 개발했다.
부산항만공사는 계획 중인 2-6단계 항만에 총 6256억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부산 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장비를 완전 무인화로 조성할 방침이다. 내륙 운송까지 스마트 기술 적용부산항만공사는 항만 시설뿐 아니라 해운과 내륙 운송을 아우르는 모든 물류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스마트 항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 809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조성하는 스마트공동물류센터 운영사로 지역 기업 쿨스를 뽑았다.
공급자와 구매자가 개별 화물을 중심으로 거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물류센터에 화물을 집적해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운송 체계가 마련된다. 쿨스는 디지털 트윈, AI 기술 등을 활용해 중량과 부피가 천차만별인 화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이 공간에 적용할 방침이다. 쿨스 관계자는 “어떤 화주가 얼마만큼의 물량을 처리하는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게 관건”이라며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현실을 완벽히 반영하는 가상 공간을 만들고, 데이터 처리를 통해 화물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항만 내 자율운항 차량 객체 인지 및 추적 기술의 핵심인 스마트 라이다 센서와 물류 장비 원격 제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스마트 화물통합관제 플랫폼 등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