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가 31일 급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5000억원에 가까운 물량을 팔아치우면서 코스피지수가 다시 2300선 밑으로 내려갔다. 국내 간판인 반도체와 2차전지 기업들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 유가증권시장서 한 달 3조 투매이날 코스피지수는 1.41% 내린 2277.9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6일 2299.08로 떨어진 이후 3거래일 만에 2300선이 다시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는 2.78% 내린 736.10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전 저점(10월 26일)을 이탈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281억원, 153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3260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현·선물을 동시에 팔자 지수가 하방 압력을 받았다. 외국인은 10월 들어 연일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10월 유가증권시장 순매도 규모가 2조9450억원에 달한다. 월별 기준으로는 작년 6월(5조5816억원 순매도) 후 최대 규모다. 전기차 업황 우려 고조종목별로는 2차전지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4.81% 내린 38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후 최저가(35만6000원) 부근으로, 올해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5.86%, 2.94% 하락했다.
소재주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각각 7.45%, 8.36% 급락했다. 에코프로도 6.34% 하락했다. 전날 주요 배터리 셀 제조사인 파나소닉이 실적 전망을 낮추면서 전기차 판매 감소 우려가 재차 부각됐다. 전기차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온세미컨덕터가 전날 매출 전망치를 낮춘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엔비디아 수출 규제에 반도체 털썩반도체 관련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각각 0.59%, 2.35%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3분기 실적 발표 당시만 해도 소폭 오름세를 보였지만 엔비디아와 중국 기업 간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계약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약세로 돌아섰다. HPSP(-8.52%) 한미반도체(-7.89%) 동진쎄미켐(-3.23%) 등 반도체 관련주의 낙폭은 더 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가 중국 기업들로부터 선주문받은 내년 반도체 물량이 50억달러어치가 넘는다고 전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전망은 증권사 전망에 대체로 부합한 편”이라며 “엔비디아 관련 소식이 투자심리를 일시적으로 위축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바닥을 예측하기 어려운 구간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전 저점이자 강력한 지지선으로 꼽히던 2300선을 이탈했기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코스피지수 2300선이 깨졌기 때문에 2170~2180 수준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의명/배태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