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증가했다. 이 같은 ‘트리플 증가’는 5월 이후 4개월 만이다. 반도체 수출 증가로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농림어업을 제외한 전체 산업생산지수는 113.1(2020년=100)로 전월보다 1.1% 증가했다. 8월(2.0%)에 이어 2개월 연속 늘었다.
산업생산 증가를 이끈 건 광공업이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1.8% 증가했다. 2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12.9% 늘었다. 8월(13.5%)에 이어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로,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2월 후 처음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광공업은 8월 증가폭(5.2%)이 컸던 만큼 시장에선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는데 예상치를 뛰어넘었다”며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는 것과 일맥상통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소매판매는 0.2% 상승했다. 7월(-3.2%)과 8월(-0.3%)엔 마이너스였지만 3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추석과 맞물려 음식료품 판매가 늘었다. 3분기 전체로 봤을 때는 2분기보다 2.5%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8.7% 증가했다. 항공기 등 운송장비(12.6%)와 기계류(7.3%)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1년 전과 비교해선 5.7%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설비투자는 전반적으로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수출 회복이 본격화하면 10월부터는 자연스럽게 설비투자도 나아질 것 같다”고 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소비와 투자 회복세가 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9월 생산, 소비, 투자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의 ‘상저하고’(상반기 부진한 경기가 하반기에 개선) 전망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소비는 10월에도 늘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가 여신금융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월 하루평균 카드 결제액은 2조9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달(2조8200억원)보다 800억원가량 많은 금액이자, 10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10월 수출도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한국 경제는 제조업 생산과 수출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경기 반등 조짐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고유가 가능성이 남아 있는 점은 향후 경기 반등폭을 제한할 수 있는 변수다.
허세민/박상용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