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⑦에서 계속 일본은 오는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해 택배를 포함한 물류의 상당 부분이 멈추는 사태를 말하는 '물류 2024년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트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모든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기존의 인력(트럭 운전기사)을 최대한 효율화하는 것을 가장 확실한 대책으로 보고 있다. 운전기사 1명이 법정 최대 근무시간인 1일 15시간 이내로 일하면서도 지금보다 많은 화물을 나르는 것이다.
1명의 운전자가 같은 시간에 같은 크기의 트럭으로 더 많은 화물을 나를 수 있는 마법이 있다. 트럭을 더 꽉 채우면 된다. 한편으론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해서 난리인데 정작 고속도로에는 빈 트럭이 많은 게 일본의 현실이다.
국토교통성의 '전국 화물 순물동 조사'에 따르면 공장과 물류창고에서 출하하는 화물의 1회 평균 무게는 1990년 2.43t에서 2021년 0.7t으로 3분의 1토막났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소량의 화물을 더 자주 실어나르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2010년 이후 트럭의 적재효율은 4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 2024년 문제가 본격화하면 2030년 일본의 전체 화물 가운데 35%가 멈출 전망이다. 트럭을 가득 채우기만 해도 이론상 현재의 수송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똑같은 환경에서 운전기사 1명의 일하는 시간을 지금보다 25% 늘릴 수도 있다. 불필요한 곳에 낭비하는 시간을 줄임으로서다. 대기시간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트럭 운전기사는 단순히 운전만 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는 운전만 하도록 돼 있지만 물류창고에 도착하면 운전기사가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을 떠맏는게 상거래 관행이다. 전일본트럭협회 조사에 따르면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을 떠맏은 운전기사가 화주(의뢰업체)로부터 대가를 받은 비율은 60%에 그쳤다.
물류창고에 도착해서 바로 짐을 싣고 내릴 수만 있어도 다행이다. 화주의 사정에 따라, 먼저 온 화물트럭들로 인해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이 추가된다.
국토교통성의 2021년 조사에서 1회 운행 당 대기시간과 상·하차 시간(짐 싣고 내리는 시간)은 평균 3시간에 달했다. 한 차례 운행하는데 대기시간과 상·하차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했다. 짐 싣고 내리는 작업을 하루에 3차례 했다거나, 순서 대기에 9시간 걸렸다는 사례도 있었다.
택배 재배달도 운전기사의 근무시간을 불필요하게 늘리는 요인이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택배 재배달률은 12%에 달한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재배달율이 10%면 연간 약 6만명 분의 노동력을 낭비하게 된다.
40%에 불과한 화물적재율, 1회 운행의 25%를 차지하는 대기와 상·하차 시간, 12%의 재배달율만 개선해도 물류 2024년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게 일본 정부의 계산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물류 사업자와 화주에 적재율을 높이고 대기시간을 줄이는 자체적인 개선계획을 만들도록 했다. 대기업의 경우 개선 계획을 마련해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2024년 정기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해 악질적인 사업자에게는 행정처분 등 벌칙 조항도 도입할 계획이다.
'배송료 무료'를 없애겠다는 방침이 나온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판매자(화주)가 배송 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추려다보니 트럭 운전기사에게 짐 싣고 내리는 작업을 떠맡기면서 수당도 지급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평균 3시간인 대기 및 상·하차 시간을 2시간 이내, 장기적으로는 1시간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12%인 재배달률은 올해 6%까지 낮출 계획이다. 택배함을 마련하거나 편의점에서 택배를 수령하는 소비자에게 포인트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일본 정부는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심정으로 트럭 운전기사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아무리 정책이 좋아도 성패는 대책을 실행하는 기업과 받아들이는 소비자에 의해 결정된다. 일본의 기업과 소비자들은 과연 물류 2024년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⑨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