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소세포폐암 2차에 탈라타맙 10㎎ 효과" NEJM 발표

입력 2023-10-31 10:41
수정 2023-10-31 10:49


국내 의료진이 소세포 폐암 환자 2차 치료제로 암젠의 이중항체 신약 '탈라타맙'을 저용량으로 활용하는 게 치료에 더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세포 폐암은 폐암 중에서도 진행속도가 빠르고 생존율이 낮은 암이다. 이번 논문 결과를 토대로 탈라타맙의 새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삼성서울병원은 안명주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소세포 폐암 2차 치료제로 탈라타맙을 활용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31일 밝혔다.

NEJM은 지난해 인용지수가 158.5에 이르는 세계 최고 학술지다. 안 교수는 해당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했다.

폐암은 크게 세포 크기가 작은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소세포폐암은 비소세포폐암보다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대부분이 수술보다는 항암 치료에 의존하는데 1차 치료에 반응이 없을 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제한적이다.

1차 치료제가 듣지 않아 2차 치료를 해도 약물 반응 기간이 짧고 생존 기간이 8개월을 넘기는 일이 드물다. 전체 폐암의 10~15% 정도로 환자가 적어 상대적으로 치료제 개발에 대한 관심이 낮아 소외된 암으로 불린다.

안 교수팀은 탈라타맙과 같은 이중특이성 T세포 관여항체(Bispecific T-cell engager)를 활용해 소세포암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탈라타맙은 암세포와 면역세포 두 곳에 있는 항원을 인식하는 이중항체다. 소세포폐암 환자의 85~94%에게 발현되는 'DLL3' 단백질과 면역세포에 있는 'CD3'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면역 T세포를 끌고 암세포까지 직접 데리고 가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안 교수팀은 탈라타맙 치료 전략을 찾기 위해 세계 17개 나라, 56개 기관에서 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 220명을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탈라타맙 10㎎과 100㎎을 투여한 뒤 치료 반응, 부작용 등을 살폈다.

그 결과 치료 경과를 좋게 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데엔 10㎎ 용량을 2주 간격으로 투여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 기간 치료 반응율(ORR)은 10㎎ 그룹이 40%로, 100㎎ 그룹 32%보다 높았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10㎎ 그룹이 4.9개월로, 100㎎ 그룹 3.9개월 보다 길었다. 치료 9개월 후 추산한 전체 생존율(OSR)도 10㎎그룹이 68%, 100㎎그룹이 66% 였다.

10㎎을 투여했을 땐 부작용도 적었다. 과도하게 발현된 면역기능 탓에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한 사례는 10㎎ 그룹이 51%, 100㎎ 그룹이 61% 였다. 식욕감퇴, 발열 등 다른 부작용도 10㎎ 그룹이 낮았다.

안 교수는 "소세포암은 다른 암과 달리 제한성 병기, 확장성 병기 둘로 나눠 설명할 만큼 단계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확 퍼지곤 한다"며 "대부분 환자가 다른 쪽 폐나 장기로 전이돼 치료가 어려운 데다 마땅한 치료제도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연구가 계속 이어져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지난해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2022년 세계 상위 1%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로 선정됐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글로벌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가 9월 발표한 '월드베스트 전문병원 2024'에서 세계 5위에 올라 글로벌 탑5에 진입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