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면세점, 의류 등 중국 소비 관련주가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소비 관련주는 코로나19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계기로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속속 ‘어닝쇼크’를 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중국 소비 관련주의 장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지만 단기적으론 급락에 따른 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호텔신라, 6년 만에 신저가30일 호텔신라는 11.24% 내린 6만800원에 마감했다. 2017년 10월 12일(5만8000원) 이후 6년 만의 신저가다. 이날 신세계(-3.03%), 현대백화점(-1.3%) 등 다른 면세점주도 미끄러졌다. 지난 27일 하루 만에 20% 폭락한 LG생활건강은 이날도 약세(-0.16%)를 이어갔다.
이날 호텔신라가 급락한 것은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큰 폭으로 밑돌았기 때문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689억원이었다. 중국 ‘보따리상’ 수요가 부진하고 인천국제공항 운영비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호텔신라 같은 중국 소비주는 중국의 코로나19 리오프닝을 계기로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이 80억원(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에 그쳤다. 단기적으론 반등 기대중국 소비 관련주는 2013년부터 2017년께까지 몇 배씩 뛰는 종목이 속출했다. 중국이 소비 중심 경제로 전환하면서 한국산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 덕분이다. 하지만 종목별로 2017~2021년 고점을 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코로나19 발생 등 ‘외생적 변수’도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인들이 품질 개선, 미·중 외교 갈등 등을 계기로 자국산 제품 소비를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 호텔신라에서만 물품을 조달하던 보따리상은 중국 최대 면세점 업체인 ‘중국중면’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최고점 대비 주가가 82.5% 하락했다. 아모레퍼시픽(-75%), 파라다이스(-64.5%) 등도 최고점 대비 반토막 이상 빠졌다.
증권업계는 중국 소비주의 장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중국과 서방 세계 간 외교 갈등이 격화하고 있고 중국인들의 자국산 제품 소비도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다만 단기적으로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리오프닝으로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 유입되고 있고, 미·중 갈등이 단기적으로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전문가들은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미국에는 중국계 인구가 524만 명에 달한다”며 “중국계 유권자 민심을 달래기 위해 미·중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