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참고서의 개구리 해부를 다룬 챕터를 펼치자 태블릿PC 화면에 ‘큰대(大)자’로 누운 개구리가 등장했다. 증강현실(AR) 메스를 이용해 개구리의 배를 가르자 펄떡펄떡 뛰는 심장과 간, 창자 같은 내장 기관이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초·중등 교육 현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스마트 기기에서 ‘가상 교사’가 개념을 설명하고 가상현실(VR)·AR을 통해 실습하는 방식이 조만간 교육 현장에 뿌리내릴 전망이다. 교육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VR·AR, 블록체인, 로봇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에듀테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웅진씽크빅은 ‘웅진스마트올’을 앞세워 에듀테크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웅진스마트올은 500억 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AI 학습 플랫폼이다. 학습 성과, 학습자 이해도에 따라 학습 레벨과 진도를 매일 맞춤형으로 편성한다.
웅진씽크빅의 독서 솔루션인 ‘AR피디아’는 에듀테크를 상징하는 제품이다. AR피디아는 책 속 인물, 그림을 AR로 구현해 입체적인 시청각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히 화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소방관이 돼 불을 끄거나 개구리를 해부하는 등의 실험을 3차원(3D)으로 체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IT 연구개발(R&D)에 400억원 가까이 투자했다. 본사 근무 직원 기준 50% 이상이 개발 인력이다.
교원은 2015년 종이 학습지와 태블릿PC를 결합한 ‘스마트 빨간펜’을 선보이며 에듀테크 전쟁에 가세했다. 교원은 메타버스와 AI 교사를 구현한 초등 1~6학년 대상 전 과목 AI 학습지 ‘아이캔두’도 서비스하고 있다. 비학습 데이터와 학습 이력 등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집중도 향상 솔루션을 제공하고 피드백도 해준다. 지난해 에듀테크 R&D에 400억원을 투자한 교원은 올해 이를 500억원으로 확대했다. 기술 개발 연구 인력도 300명까지 늘렸다.
웅진씽크빅과 교원뿐 아니라 대교, 천재교육, 미래엔, 비상교육, 금성출판사, NE능률 등 많은 교육 업체가 에듀테크 개발에 발 벗고 나섰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에듀테크 확산에 대해 “학생 수가 줄면서 맞춤형 적응 학습이 중요해졌다”며 “실험, 실습 등 실감미디어 필요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에듀테크 시장 전망도 밝다.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는 국내 시장 규모가 2021년 7조3250억원에서 연평균 8.5%씩 성장해 2025년 9조98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교육산업 조사업체 홀론IQ는 2019년 1830억달러(약 248조원)이던 세계 시장 규모가 2025년 4040억달러(약 548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2017년 ‘국가 에듀테크 계획안’을 채택했고 유럽연합(EU)도 같은 해 ‘디지털 교육 행동 계획’을 수립했다. 일본은 2018년 ‘제3기 교육진흥기본계획’에 교과 지도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국내에서도 교육부가 2025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공통·일반선택과목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이다. 2028년에는 대다수 학년·과목으로 확대한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