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넘었다" 축포 터트렸지만…국민소득 격차 더 벌어졌다

입력 2023-10-30 15:53
수정 2023-10-30 16:00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더디게 증가하면서 주요 7개국(G7)과의 소득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이탈리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넘어서며 ‘G7 수준의 경제가 됐다’고 축포를 터트렸지만 1년만에 자리를 내줬고, 작년엔 차이가 더 커졌다. 저성장에 고환율이 겹치면서 달러로 표시하는 소득지표가 악화한 영향이다.

30일 한국은행의 ‘금융·경제 스냅샷’ 서비스에 따르면 세계은행(WB) 최신 통계 기준으로 2022년 한국의 1인당 명목 GNI는 3만5990달러로 집계됐다. G7 국가중 1인당 GNI가 최하위인 이탈리아(3만7700달러)보다 적었다.

앞서 2020년 한국은 1인당 GNI가 3만3040달러를 기록해 이탈리아(3만2430달러)를 ‘깜짝 역전’했다. 사상 처음으로 1인당 GNI가 G7 국가를 앞선 사례였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일시적인 역전이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9%로 한국(-0.7%)보다 크게 낮았다. 경제가 정상화하기 시작한 2021년 이탈리아의 1인당 GNI는 3만6130달러로 증가하며 한국(3만5110달러)을 1020달러 차이로 제쳤다. 이어 작년에는 격차가 1710달러로 벌어졌다.


다른 G7국가와의 격차도 벌어졌다. 미국의 1인당 GNI는 2020년 6만4650달러에서 작년 7만6370달러로 증가했다. 한국과 미국의 1인당 GNI 격차는 3만1610달러에서 4만380달러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한국과 독일의 1인당 GNI 격차는 1만5010달러에서 1만7400달러로, 한국과 캐나다간 격차는 1만770달러에서 1만6970달러로 각각 증가했다. 한-영국 1인당 GNI 격차는 2020년 5550달러로 이탈리아를 제외한 G7국가 중 가장 작었지만 작년엔 이보다 2.3배 많은 1만2900달러로 확대됐다. G7 국가 중 격차를 좁힌 곳은 7830달러에서 6450달러로 줄어든 일본이 유일했다.

지난해 한국과 G7 국가의 국민소득 격차가 더 커진 것은 환율과 성장률, 물가 등의 차이 때문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291원95전으로, 2021년 연평균(1144원42전)과 비교해 12.89% 상승했다.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에 비해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이 사용하는 유로화도 달러 대비 가치가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지만, 절하율이 10.97%로 원화보다 낮다.

경제 성장 측면에서도 G7국가에 뒤진 경우가 있었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실질 GDP는 전년보다 3.7% 늘어 성장률이 한국(2.6%)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다. 캐나다(3.4%)와 영국(4.1%) 등도 한국보다 더 성장했다. 명목 1인당 GNI에 반영되는 물가(GDP디플레이터)도 G7국가에 유리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탈리아(8.2%)와 미국(8.0%), 영국(7.9%) 등 한국(5.1%)을 상당 폭 웃돌았다.

올해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1.4%(IMF 기준)로 이탈리아(0.7%), 프랑스(1.0%), 영국(0.5%) 등을 소폭 웃돌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2.1%)과 일본(2.0%)보다는 낮고, 환율 문제 등으로 1인당 GNI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