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면세점, 의류 등 중국 소비 관련주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경까지 몇 배씩 뛰는 종목이 속출했다. 중국이 소비 중심 경제로 전환하면서 한국산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최근 들어 폭락하는 종목이 많아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단기 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호텔신라, 6년 만에 신저가
30일 호텔신라는 11.24% 내린 6만800원에 마감했다. 2017년10월12일(5만8000원) 이후 6년 만의 신저가다. 이날 신세계(-3.03%), 현대백화점(-1.3%) 등 다른 면세점주도 미끄러졌다. 지난 27일 하루 만에 20% 폭락한 LG생활건강은 이날도 약세(-0.16%)를 이어갔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호텔신라를 각각 177억원, 289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호텔신라가 급락하는 것은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큰 폭으로 하회했기 때문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689억원이었다. 중국 보따리상 수요가 부진하고 인천국제공항 운영비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중국 소비주는 코로나19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을 계기로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잇달아 ‘어닝쇼크’를 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이 80억원(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에 그쳤다. 주력 사업인 화장품에서 거의 돈을 벌지 못했다. ◆중국 매출 많은 종목 직격탄
주가가 급락하는 종목들은 한때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외면받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호텔신라는 매출에서 면세점 비중이 90%가 넘는데, 이익의 대부분을 중국 보따리상에게서 벌어들였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브랜드 ‘후’로 중국을 제패했지만, 2021년부터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 ‘설화수’로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모레퍼시픽도 마찬가지다.
LG생활건강은 2021년 최고점 대비 주가가 82.5% 하락했다. 아모레퍼시픽(-75%), 파라다이스(-64.5%), 호텔신라(-57.5%) 등도 최고점 대비 반 토막 이상 빠졌다.
중국산 제품의 품질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자국산 제품을 이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중 외교 갈등을 계기로 애국소비 경향도 짙어졌다. 과거 호텔신라에서만 물품을 조달하던 보따리상은 중국 최대 면세점 업체인 ‘중국중면’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화장품은 중국 토종 브랜드인 프로야, 보타니 등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증권업계는 중국 소비주의 장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서방 세계와 외교 갈등이 격화하고 있고, 자국산 제품의 소비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주가가 반등할 여지가 높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리오프닝으로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 유입되고 있고, 미·중 갈등이 단기적으로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돼서다.
전문가들은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선을 이기기 위해서는 미국에 있는 중국계 유권자의 표심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미국에는 중국계 인구가 524만명에 달한다”라며 “중국계 민심을 달래기 위해 미·중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