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을 앞둔 지난 주말 서울 이태원동 일대는 지난해 참사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축제 대신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핼러윈을 즐기려는 인파가 홍대 거리로 몰렸으나 경찰·지방자치단체의 통제로 인명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28일 오후 8시께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는 경찰 두 명이 골목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했다. 지난해 참사가 벌어진 골목은 양방향 통행 대신 한쪽에서만 이동이 가능했다. 이날 이태원 일대는 예년과 달리 거리가 한산했다. 주변 식당들은 저녁 시간이지만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 한가한 모습이었다. 핼러윈 분장을 하고 거리를 누비는 사람도 없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작년에는 대낮부터 예약이 가득 차 식당 내 발 디딜 틈이 없었다”며 “상인들도 올해는 핼러윈 대목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대신 참사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이 많았다. 일부 가게는 입구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10·29 별들을 기억한다’ 추모 글을 내걸었다. 시민들은 참사 현장을 찾아 국화를 헌화하거나 참사를 기리는 추모의 벽 앞에서 묵념하기도 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께 이태원관광특구 일대는 약 1만2000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간 최대 5만8000명이 몰린 것에 비해 20% 선에 그쳤다.
반면 홍대 거리는 핼러윈을 즐기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은 이날 오후 9시 기준 9만 명 이상이 찾았다. 인구 혼잡도는 ‘붐빔’으로 집계됐다. 홍대 거리에서는 게임·영화 등 각종 캐릭터와 간호사 등으로 분장한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20대 남성은 군복 차림으로 모형 총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20대 남성에 대해 군복단속법 위반 혐의로 즉결심판을 신청했다.
경찰은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거리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마포구 공무원들은 “우측 통행하라” “천천히 이동하라” 등을 외치며 분주하게 일대를 통제했다. 홍대 클럽거리는 클럽 입장 대기자로 붐볐다. 대기 줄만 30m가량 이어졌다. 핼러윈 기간에 문을 연 클럽 ‘온’ 대표 손기훈 씨(33)는 “사람들이 이태원을 피해 홍대로 몰린 것 같다”며 “주변 가게들도 평소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홍대 거리 일대 술집과 식당은 빈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이 빼곡하게 찼다.
서울경찰청은 주말 동안 접수된 인파 관련 사고 신고 건수가 0건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주말 동안 경찰관 620명과 기동대 10개 부대 등 약 1260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안정훈/장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