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글로벌 건설 경기 둔화, 원자재값 상승, 수입 철강재 공습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당초엔 상반기 업황이 부진했다가 하반기 개선되는 ‘상저하고’로 예상했으나, 3분기 들어서도 시황이 부진하며 ‘상저하저’에 직면했다. 내년 철강재 수요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까지 나온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대표 철강재인 열연강판은 지난 20일 기준 t당 91만원에 유통되고 있다. 6월 초만 해도 t당 99만원에 팔렸지만, 5개월여 만에 8.1% 떨어졌다. 연초 가격(t당 105만원)과 비교하면 13.3% 빠졌다. 열연강판은 냉연강판, 전기강판 등 거의 모든 판재류의 소재로 쓰이는 주요 철강재다.
건설 경기 악화에 따라 철근 가격은 더 빠졌다. 20일 기준 도매로 유통되는 철근 가격은 t당 85만원으로 6월 초(t당 97만원)보다 12.4%, 연초(t당 99만5000원)보다 14.6% 떨어졌다. 아파트 건설 현장이 얼어붙으면서 철근과 봉·형강 재고가 쌓이고 있다.
철강 기업들은 최소 내년 1분기까지 철강재 시황이 약세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엔 2분기 판매 가격이 점차 상승해 3분기엔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경기 둔화 장기화에 따라 좀처럼 시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철강 시황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중국 부동산 경기 악화다. 포스코는 지난 24일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따라 부동산 거래가 잠시 회복됐지만, 점차 상승세가 더뎌지고 있다”며 “중국 철강사가 예상만큼 감산하지 않은 점도 시황 악화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 경기도 마찬가지다. 현대제철은 25일 콘퍼런스콜에서 “봉·형강 수요는 3기 신도시 공급이 본격화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재 수요는 감소했지만, 원자재 가격은 되레 뛰고 있다. 3분기 철광석 가격은 지난 분기보다 t당 10달러 올랐다. 원료탄은 같은 기간 t당 100달러 상승했다. 중국 인도 등 원료탄 주요 생산국에서 근로자들이 파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인도와 동남아 철강 기업들이 조강 생산량을 늘리며 공급이 부족해진 영향도 있다.
일본과 중국 철강 기업들이 자국에서 공급 과잉인 철강재를 싼 가격에 한국 시장에 내다 팔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일본제철 등은 ‘슈퍼 엔저’를 등에 업고 고품질 열연강판을 국내에 저렴하게 유통 중이다.
이런 와중에 포스코 노동조합은 28~29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 중 75.07%가 파업에 찬성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30일 예정된 조정회의에서 중지 결정을 내리면 포스코 노조는 파업 등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