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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가치를 방어하려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미국의 장기금리를 15년 만에 최고치로 밀어올린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 월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낮은 위안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전망했다. 美 장기금리 상승 뒤에 中 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8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8054억달러(약 1094조원) 규모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2013년보다 미 국채 보유 규모가 40% 줄면서 2009년 6월(7764억달러) 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9년까지 세계에서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였던 중국은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줄여 현재 일본에 이어 2위로 밀렸다. 일본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1조1200억달러에 달한다.
이달 초 털스틴 슬록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이코노미스트가 보낸 투자자 메모를 통해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에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장기금리가 연 5%를 넘어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가 2013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그래프를 제시하며 “미국 장기금리 상승의 배경에 중국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2위 보유국인 중국이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하면서 국채 가격은 떨어졌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올랐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미 국채를 줄이는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월가에서는 중국 통화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한 실탄 마련을 목적으로 미 국채를 팔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 국채를 팔아서 마련한 재원으로 2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위안화를 매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 둔화와 과잉 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자본의 해외 유출이 거세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9월 한 달 동안 중국을 빠져나간 부(富)가 750억달러로 2016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추산했다. 중국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수록 위안화 매도 압력이 강해진다. 현재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7.3위안까지 떨어졌다. “위안화 빌려 브라질 투자”중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가치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 인민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으로 금리가 낮아지자 투기 세력을 중심으로 위안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통화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위안화를 빌려 브라질 헤알 등 남미 국가의 통화로 운용하는 아이디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엔화와 스위스프랑 대신 위안화가 새로운 캐리 트레이드 통화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날수록 위안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 중국 정부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미 국채를 추가로 매도할 가능성도 높다. 미국 장기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일본 정부가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1.94엔까지 떨어지자 일본의 미 국채 보유 규모도 급감했다. 일본은행이 시장 개입용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미 국채를 판 탓이다. 작년 8월 1조1990억달러이던 일본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올 9월 1조1200억달러로 줄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