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축물량 풀었지만…배추값, 평년대비 여전히 비싸

입력 2023-10-27 18:00
수정 2023-10-28 00:57
김장철을 앞두고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비축 물량을 대거 풀었는데도 배추 가격이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형마트 등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고품질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도매시장에서 국산 배추는 ㎏당 649원에 거래됐다. 전주 대비 11.9% 떨어지긴 했지만, 평년(2013~2022년) 10월 평균 가격(554원)에 비하면 17.1% 비싸다.

배추 가격이 아직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준으로 낮아지지 않는 건 고품질 배추의 공급이 많지 않아서다. 정부가 이달 초부터 2900t 물량의 배추를 풀고 있지만, 올여름 폭염과 폭우로 상품성이 뛰어난 물량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바이어는 “정부가 방출한 배추 가운데 상당수는 (품질이 좋지 않아) 마트에서 매입하기 어렵다”며 “대부분 김치 제조사에 공급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달부터 전남 해남과 진도에서 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남부 지방 배추의 품질과 공급 물량이 올겨울 배추 가격 추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마트들은 배추와 각종 김장 부재료 가격이 올라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일찌감치 절임배추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이마트는 다음달 1일까지 절임배추 사전예약을 받는다. 올해 사전예약으로 판매하는 절임배추는 6만 박스다. 박스당 배추 8~12포기가 들어가 있다.

롯데마트와 슈퍼도 다음달 8일까지 절임배추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 롯데마트와 슈퍼가 공동으로 계약해 물량을 전년 대비 20% 늘렸다.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난 5일부터 26일까지 3주간 절임 배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네 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온이 떨어지며 일부 작물 가격은 전주 대비 급상승했다. 국산 부추 도매가격은 ㎏당 5700원으로 1주일 만에 56.5% 비싸졌다. 주산지인 경기 양평의 날씨가 추워지며 생육이 부진해진 탓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