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이 오가던 국정감사장이었지만 1990년대 청춘스타 김민종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수그러들었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선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출장, 한국전력의 누적적자 원인과 전기 요금 인상 문제 등을 두고 여야 의원들 사이 설전이 오갔다.
그러나 가수 겸 배우 김민종 KC컨텐츠 공동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국감장에 나타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 씨는 지난 7월 KC컨텐츠 사내이사로 들어온 직후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이후 KC컨텐츠는 인천경제청에 총사업비 약 7조억원에 달하는 'K-콘텐츠시티' 사업을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인천경제청장이 라스베가스 등 미국 출장을 다녀왔을 당시 김 씨와 부동산 개발업체 회장, 이수만 전 대표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로비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경제청은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사업을 백지화했다.
김 씨를 증인으로 신청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의혹을 거론하며 지난 1월 인천경제청장 미국 출장 당시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자는 논의를 했냐고 물었다. 이에 김 씨는 "우선 저는 K팝 콘텐츠 관련 일만 해왔고, 사업적인 건 다른 공동대표가 해왔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했다.
정 의원은 "라스베이거스 출장을 다녀온 후 KC컨텐츠가 설립됐고, 김 씨가 이 회사의 대표가 됐다. 사업 주체도 KC콘텐츠로 바뀌었고 사업 부지도 1만5000평 더 늘어나게 됐다"며 "이 사업이 백지화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재추진할 것인가. 또 사업이 지연돼 주민들이 어려워졌는데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씨는 "어떤 것에 대한 사과를 드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사업이) 백지화돼 며칠간 '멘붕(멘탈 붕괴)'에 빠진 적 있다"며 "사죄할 일이 있으면 사죄드리겠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프로젝트를 우리 지역에서 하자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제가 아직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저는 데뷔한 지 35년 된 배우다. 오늘 이후로 제가 무슨 사업가로 전환된 것 같다"며 "국감에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기사화되고 엄청나게 많은 분들에게 걱정하는 전화가 왔다. 저 또한 걱정이 됐다. 어떤 분들은 '외국에 나가라'고 했지만, 제가 거리낌 없고 잘못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출석했다). 안 나가면 벌금도 내야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더라"고 말했다.
이재정 산자위원장(민주당 소속)이 짧게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됐다. 제가 좀 많이 부족해 의원님께 만족스러운 답변을 다 못 드렸다. 나중에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서류상으로 의원님 원하시는 답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정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는 크고 작은 웃음소리가 국감장에 번졌다.
나아가 그는 인천 송도를 사업지로 택했던 이유를 묻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송도를 우연히 가보고 깜짝 놀랐다"며 "송도가 국제도시라는 건 알았고, K컨텐츠와 잘 배합이 되면 우리나라에도 할리우드 같은 도시가 안 생기라는 법 있겠나"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송도가 인천국제공항과 가깝다는 점을 거론하며 "국제도시 송도에 K컨텐츠를 잘 접목하면 세계적인 국제도시가 될 거라는 자그마한 제 마음가짐부터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수고하셨다. 팬으로서 답변할 수 있는 시간을 드렸다"고 말하자 국감장에는 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증인?참고인 질의 뒤 장내 재정비를 위해 국정감사가 정회되자 김 씨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일부 여야 의원들은 김 씨에게 다가가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