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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며 부실기업의 파산 가능성이 커졌지만,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등급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되레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 평균보다 수익률이 높은 탓에 투자 수요가 감소하지 않아서다. 시장에선 투자자들이 정크 본드에 대한 경각심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내 부실기업의 파산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정크본드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은 되레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 프리미엄은 무위험 자산(국채)과 회사채의 금리 격차로, 위험에 따른 보상을 뜻한다. 파산 위험이 없는 국채와 달리 회사채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있다. 이에 따른 보상으로 수익률을 국채보다 높게 잡는다.
이날 미국의 고위험(하이일드)채권 수익률과 미 국채 수익률 간의 격차는 420bp(1bp=0.01%포인트)에 그쳤다. 지난 3월 516bp에서 100bp가량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평균값인 426bp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과거에는 지금과 달리 기준 금리가 0%로 수렴하며 부도 가능성이 작았다.
시장에선 정크 본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이 경각심을 잃고 수익률만 좇는다는 지적이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 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채권 투자자들이 파산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파산 신청 건수와 정크본드 부도율을 고려하면 오히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고 경고했다.
실제 올 초부터 지난 21일까지 미국 내에서 파산 신청한 기업 수는 175개로 추산된다. 2001년 이후 평균값에서 63% 증가한 수치다. 정크본드 디폴트 비율도 급격히 증가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해 초 1%대에 그쳤던 정크본드 디폴트율은 지난달 말 4.9%로 급등했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채권 투자자들은 여전히 정크 본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평균을 웃도는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미국 정크본드 수익률 평균값은 지난 26일 기준으로 연 9.35%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연 4.26%에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정크본드에서 가장 위험한 CCC 등급 수익률은 연 13.84%에 이른다.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다.
미 중앙은행(Fed)이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정크본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기 위해 금리 수준을 높게 유지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금리가 상승하면 정크본드의 수익률도 동반 상승하게 된다. 채권 가치는 감소하지만 이자 수익은 증가한 게 된다. 다만 경기가 둔화하면 직격타를 입을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Fed는 현재 경제를 둔화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낮고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가장 먼저 파산하게 될 것이다. 이 흐름은 절대 피해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