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층 10명 중 9명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개인연금 등 연금을 한 개 이상 수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1개에 달하는 공적·사적연금을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해도 월평균 수급액은 최저생계비에 한참 못 미치는 60만원에 불과했다.
통계청은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포괄적 연금통계’를 공표했다. 연금통계는 그간 기관별로 흩어져 있던 국민·기초·직역(공무원·군인·사학·별정우체국)연금과 퇴직·개인·주택·농지연금 등 총 11종의 공·사적연금 데이터를 연계한 통계로, 2021년부터 개발해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분석 결과 연금이 노후를 보장해주기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각종 연금을 한 개 이상 수급한 65세 이상 인구(수급자)는 776만8000명으로 전체 수급률은 90.1%에 달했다. 수급자 개인의 월평균 수급액은 60만원, 가구 기준으론 77만1000원이었다. 이는 2016년 개인 기준 연금 수급률 87%, 수급액 42만3000원에서 상당 수준 개선된 수치다. 하지만 2021년 기준 1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109만7000원, 2인 가구가 185만30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계 유지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연금만으론 생계비 충당이 어렵다 보니 많은 노인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862만 명 가운데 24.9%인 214만9000명이 연금을 받으면서도 일하고 있었다. 이들의 월평균 수급액은 67만7000원으로 평균(60만원)보다 높았다.
1994년 개인연금이 출시된 것을 시작으로 퇴직연금(2005년), 주택연금(2007년), 농지연금(2011년) 등 다양한 사적연금 제도가 마련됐지만 노후 소득 보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2021년 기준 사적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 수는 41만6000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5%에 불과했다. 특히 퇴직연금 수급자는 9000명에 불과했다. 가입자 수는 726만6000명으로 국민연금(2150만 명) 다음으로 컸지만, 가입자의 96%가 퇴직 시점에 일시금으로 찾아가는 탓에 연금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은 결과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