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이위안 일부러 디폴트 노렸나

입력 2023-10-26 18:08
수정 2023-10-2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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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달러채권 이자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서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경제를 휘청이게 할 시한폭탄이라는 시각과 함께 비구이위안의 해외채권 채무 조정을 위한 노림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서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25일 수탁사인 홍콩 씨티코프 인터내셔널을 통해 비구이위안 달러 채권 보유자들에게 ‘지난주 유예 기간 내 채권 이자를 내지 못한 것은 디폴트에 해당한다’는 통지문을 보냈다. 18일 2025년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화 표시 채권의 이자 1540만달러(약 208억원)를 유예 기간까지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비구이위안의 역외 미상환 채권 규모가 총 110억달러(약 14조8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부동산 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비구이위안이 해외 채권자들과 채무 조정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선수치기’를 했다는 시각도 있다. 비구이위안은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채권은 채무 조정 협상을 통해 3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기로 했다. 문제는 해외채권이다.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92%가 해외채권에 집중돼 있다. 채무 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비구이위안은 원금 상환이 어려워져 파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비구이위안이 해외 채권자들과 원금 분할 상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이자 지급을 미뤘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해외 채권자들이 비구이위안의 채무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 중국 부동산 위기에 대한 전망은 상당 부분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