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 서거 44기 추도식이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과 시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여러모로 주목받은 자리였다. 장녀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11년 만에 추도식을 찾았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보수 진영도 대거 집결했다.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그동안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은 진보 진영은 물론 보수 진영의 유력 정치인도 정치적 부담감 때문에 참석을 꺼렸다.
그런 추도식에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총출동한 것은 최근 사회적으로 ‘박정희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 시대의 종합적 측면을 들여다보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제 성장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같은 당대의 거인들이 일군 토양 위에서 한국이 제조업 강국 반열에 오르고, 소프트파워가 꽃을 피웠음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중동을 비롯한 해외 순방 기간 각국 정상의 러브콜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의 존재감을 누구보다 크게 느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만난 세계 92개국 국가의 정상들이 모두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압축성장을 부러워하고, 경의를 표했다”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활발한 재평가는 저성장·저출산 늪에 빠진 경제,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와 북핵 위협 등 안보 분야에서 직면한 복합 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지금 우리 앞에 여러 어려움이 놓여 있다”며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없었지만 매번 우리는 극복했다”고 했다. 정부 및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적 위기를 돌파하는 데 한마음으로 나서고 국민과 기업들도 더 나은 삶과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