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둔화, 코로나 19 이후 계속되는 공급망 불안 등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글로벌 의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한세실업도 전년 대비 실적이 악화하는 등 올해 실적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마진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내년에 매출 2조원대를 회복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글로벌 소비둔화에 한세실업 올해 매출 20%↓한세예스24홀딩스는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시 인터컨티넨탈 사이공에서 국내외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글로벌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순수지주회사로 한세실업, 한세엠케이, 동아출판, 예스24 등을 계열회사로 두고 있다.
한세예스24홀딩스 매출의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는 한세실업의 경우 올해 실적이 작년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한세실업의 올해 예상 매출은 1조 7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1% 줄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10.9% 감소한 1600억원으로 예측된다. 지주회사인 한세예스홀딩스의 매출(2조8000억원·15.3% 감소)과 영업이익(1750억원·9.2% 감소)도 작년보다 쪼그라든 것으로 파악된다.
주 원인은 글로벌 경기침체다.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을 포함해 고금리, 고물가 여파로 글로벌 소비가 위축된 것이다. 미국의 올해 의류 수입액은 2022년(999억달러) 대비 22% 줄어든 780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637억달러)보다는 회복했지만 2021년(810억달러)보다도 수입액이 줄었다. 한세실업의 고객사 역시 팬데믹 이전에 비해 높은 재고수준을 유지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고부가가치 카테고리 확대·생산성 향상”한세실업은 내년에 매출 증가율 15% 기록을 목표로 매출 2조원을 다시금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업이익률도 현행 9%대에서 지속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김경 한세실업 사장은 “생산성을 10% 이상 높여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세실업이 밝힌 내년 매출 목표치는 2조원, 영업이익은 1800억원 수준이다.
공급망 이슈에 대한 대처방안도 마련했다.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위구르 강제노동금지법으로 인해 그동안 폭넓게 사용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한 의류는 수출할 수 없게 됐고 러시아나 중국과 친밀한 국가의 생산기지도 피해야하는 상황”이라며 “고객사들이 의류 원산지를 명확하게 증명해주길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산지 검증기술을 갖춘 뉴질랜드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중미지역 생산망을 확대중”이라고 덧붙였다.
부가가치가 높은 액티브웨어 의류 제조부문도 확대할 예정이다. 김익환 부회장은 “노동중심 제조업인 니트류 비중을 낮추고 액티브웨어, 스윔웨어 등 고부가가치 카테고리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액티브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ODM업계가 과점화되고 있는 상황을 기회요인으로 봤다. 그는 “의류 ODM 산업은 고객사가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몇 개 업체가 과점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미국시장 소비 위축으로 매출은 줄어들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라며 고 설명했다. 한세실업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5%에서 지난해 8%, 올해 9%(예상)로 올라가고 있다.
지주회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는 그룹의 성장을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 기회를 탐색해 신규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며 “사업 강화를 위해 계열사별로 미주지역 물류 투자, 콘텐츠 관련 다양한 기업 및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세엠케이 또한 중국과 베트남 생산 비중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도 이전할 계획을 밝혔다. 임동환 한세엠케이 대표는 “인지도 높은 수입 브랜드를 내년 F/W(가을·겨울)시즌에 국내에 선보이고 해외에서는 각 나라에 맞는 전용상품을 개발하고 매장을 대형화하는 등 해외 사업을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2009년부터 시행한 배당과 관련해서는 점진적으로 주주환원 확대를 추구할 방침이다. 김익환 부회장은 “우선은 기존수준의 배당을 생각 중이지만 지주회사와 상의 후 주주분들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배당 수준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호찌민=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