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펜싱 국가대표 선수 남현희 씨를 스토킹한 혐의로 체포된 전청조 씨(27·여)의 과거 행각이 드러났다. 그는 과거에도 남자 행세를 하거나 법인 회장 혼외자인 척하며 상습적인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 2020년 5월과 10월 별개의 사기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2년과 8개월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12월 열린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병합해 심리한 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전 씨에게 2년 3개월을 선고했다.
전 씨의 범행은 주로 남자 행세하거나 타인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각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피해자 10명으로부터 2억9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던 전 씨는 대부분 여행 경비나 유흥비·생활비 등에 가로챈 돈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전 씨는 2019년 6월 제주도에서 만난 한 피해자 A씨에게 남자인 척하며 자신을 제주도 모 법인 회장 혼외자라고 속이고, "너를 비서로 고용하려 하는데 법인에 근무하려면 신용 등급을 올려야 한다"며 14차례 현금 7200만원을 가로챘다.
또 제주도에서 만난 다른 피해자 B씨에게도 그는 남자 행세를 하면서 300만원을 투자하면 반년 후 50억원의 수익을 주겠다며 "잘 안돼도 500만원을 돌려주겠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그의 남자 행세와 '집을 구해 함께 살자'는 말에 집 계약금이나 승마복 구입비 명목으로 적게는 1000여만원에서 많게는 4000여만원의 피해를 본 피해자들도 나타났다.
아울러 전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로 1인 2역을 하며 외국 취업 프로그램을 소개해주는 척 취업 빙자 사기를 저질렀다.
앞서 전 씨는 전 펜싱 국가대표 선수인 남 씨와 결혼 예정이라고 밝힌 후 성별, 사기, 사칭 등 논란이 일었다. 그는 남 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고 남 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남 씨 모친 집을 찾아가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른 혐의(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체포됐다가 석방됐다.
남 씨 가족이 112에 신고한 직후 현장을 잠시 떠났다가 돌아와 경찰이 남 씨 가족으로부터 진술받고 있던 사이 전 씨는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이에 그에게는 주거침입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은 전 씨를 불구속 상태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 씨가 스토킹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남 씨 주변 100m 이내 접근과 전화·메시지 이용 접근을 금지하는 '긴급응급조치' 결정했다. 남 씨에게는 스마트워치 지급 등의 안전 조치를 할 예정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