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와 수소연료전지 특구 포항을 신에너지 허브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경제 패권을 좌우하는 ‘에너지 권력’은 이제 2차전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시장은 “포스코 포항제철에서 50년 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쇳물이 ‘대한민국 산업의 쌀’로 그 역할을 다한 것처럼, 앞으로는 2차전지와 수소가 반도체에 버금가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신에너지 경제 패권을 좌우할 첨단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며 관련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정부가 지정하는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등 4대 특구 지정에 본격 나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뒤 기업 투자가 러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포항이 세계적인 배터리 양극재 생산기지로 탈바꿈한 덕분입니다. 대한민국 배터리 특화단지로 지정됐고, 올 한 해에만 역대 최대인 7조3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습니다. 후속 투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2027년까지 2차전지 분야에만 14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가 예정돼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입주 기업이 없어 애태우던 산업공단에 지금은 빈 터가 없다고 난리입니다.
“영일만일반산단(1~4단지)은 세계적인 2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의 계열사 6개사를 비롯해 포스코퓨처엠, 중국 CNGR 등이 유치되면서 잔여 부지가 거의 없어 사실상 ‘완판’된 상황입니다. 인근 블루밸리국가산단에도 포스코퓨처엠과 중국 절강화유코발트가 합작법인을 설립해 고순도 니켈 생산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여기다 한국·사우디 합작 연료전지 전문기업 FCI가 공장을 짓고 있고, 한국수력원자력은 20㎿ 규모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투자 러시’가 이어지고 있어 빈 부지를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기업 투자가 늘면서 고용의 질도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입니다.
“에코프로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영일만산단에 2조9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성능과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중심으로 원료에서 리사이클링까지 전주기 밸류체인을 갖춘 세계 유일의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 2000명의 고용을 창출하며 철강 중심의 산업 체질을 2차전지로 탈바꿈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에코프로는 블루밸리국가산단에도 2조원을 투자해 양극 소재 일관 생산 공장인 ‘블루밸리 캠퍼스’를 신설해 ‘양극재’의 생산 능력을 대폭 늘리고, 1800명을 추가 고용한다는 계획도 있습니다. 포항은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공장 가동 및 전구체·양극재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세계 유일 도시라는 타이틀을 확보했습니다. 2021년 기준 173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인 세계 양극재 시장은 2030년 783억달러(약 99조9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포항시는 2차전지 특화단지 조성을 통해 2030년까지 △양극재 연산 100만t △매출 70조원 △일자리 1만5000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생산 유발효과 23조3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9조5000억원의 거대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됩니다.”
▷수소연료단지특화단지도 기업 유치에 활력소가 될 것 같습니다.
“포항시는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예비타당성 최종 통과로 핵심 인프라 구축과 초격차 기술 개발, 인재 양성 지원 등에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향후 폭발적인 기업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포항시는 수소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기업 총 70개사 유치 △기업 매출 1조원 △일자리 3600개 창출 달성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기업 역량을 모으고 있습니다. 앞으로 몰려드는 기업이 적기에 입주할 수 있도록 전기, 용수 등 기반 시설 확충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인구 50만 명의 작은 도시에서 어떻게 이런 경쟁력이 생겼는지 놀랍습니다.
“포항시가 선견지명을 갖고 구축한 신산업 연구개발(R&D) 인프라와 함께 우수한 산단 입지 여건 등이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거둔 결과로 분석됩니다. 포항시는 탄소중립이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기차를 필두로 한 2차전지 산업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수소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면서 ‘2차전지·수소’를 철강 일변도인 도시 산업 구조를 다변화할 미래 먹거리로 일찌감치 선점하고, 차별화된 인프라 구축과 선제적인 투자 유치 활동을 벌여왔던 것입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포항에는 배터리 산업 육성의 중추인 2차전지종합관리센터, 수소연료전지 전 분야의 검인증 자격을 갖추고, 기업 제품화와 상용화에 큰 도움이 될 수소연료전지인증센터 등을 선제적으로 구축했습니다. 여기다 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한수원-포스텍·한동대-포항테크노파크·포항금속소재진흥원-포항시·경상북도 등 산·학·연·관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얻은 연구개발과 기업 지원 역량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데이터· 로봇· 그래핀 등 첨단 신산업 육성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포항시는 2차전지와 수소 등 에너지산업뿐만 아니라 데이터·로봇·그래핀 등 대한민국의 혁신 발전을 이끌어 갈 유망 신성장산업 관련 기업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포항시는 최근 국내 최초 육양국(국가 간 연결된 해저 광케이블을 지상 통신망과 연결해주는 중간기지 역할) 연계 데이터센터 캠퍼스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1조5000억원이 투입돼 포항 블루밸리 산업단지에 2027년까지 30㎿ 규모 데이터센터 4개 동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SK에코플랜트 등 8개 기관이 참여합니다.
또한 로봇융합연구원, 안전로봇실증센터 등 첨단 로봇클러스터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어 관련 첨단 벤처기업들이 포항으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활용한 전열 기기로 ‘최고 혁신상’을 받은 그래핀스퀘어도 수도권에서 포항으로 본사를 이전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분산에너지 특화단지 지정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 지정되면 분산에너지 사업자는 직접 전기사용자와 전력 거래를 할 수 있어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신산업 기업 유치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포항시는 산업단지 내 2차전지, 데이터센터 등의 기업 유치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에너지원의 필요성이 절대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위한 포항형 분산에너지 모델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입니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 도입 여부도 적극 검토 중입니다.
신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혁신기업의 투자 유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주민 소득 증대 등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흔들림 없는 튼튼한 경제 기반을 마련하고, 첨단산업의 초격차 기술 확보와 지역 균형발전에 포항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