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주가가 25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9.5% 급락했다. 클라우드 부문에서 수익성이 악화하며 매도세가 가팔라졌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주식에 낀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채 금리가 치솟으며 자본 조달 비용이 증가해서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알파벳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20달러(9.51%) 하락한 125.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가격리가 시행된 2020년 3월 16일 하락률(12%)에 이어 가장 가파른 하락 폭을 기록했다.
구글의 주가가 급락한 배경엔 부진한 실적이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766억 93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순이익은 196억 8900만달러였다. 1년 전보다 수익이 개선됐지만, 이날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5% 이상 하락했다. 클라우드 부문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아서다.
구글의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84억 1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86억 4000만달러)를 밑돌았다. 반면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3분기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242억 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234억달러)를 훌쩍 넘겼다. 오픈AI의 기술을 클라우드에 적용하며 수익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AI 시대의 핵심 기술인 클라우드에서 MS가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스위스 투자은행(IB) UBS는 "구글 클라우드의 실망스러운 실적은 MS의 성장과 대비된다"며 "클라우드 부문에서 MS의 강세는 올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기술주에 대한 정확한 가치평가가 시작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AI 열풍으로 주식 시장이 과대 평가됐다는 지적이다. IT 기업의 실적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주식에 낀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나스닥 1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개월 전 27에서 이날 22까지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이마저도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나스닥 100의 12개월 선행 PER 값은 19배를 기록해서다.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25% 수준이었다. 지금보다 2%포인트 낮다.
평가 기준이 엄격해진 이유는 고금리 장기화 때문이다. 최근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 5%대를 넘어서면서 투자자들이 더 민감해졌다는 설명이다.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기업들의 자본 조달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자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하게 된다. 회사채 이자율도 동반 상승(채권 가치 하락)해 기업 가치도 축소한다. 이전보다 투자자들의 민감도가 커진 이유 중 하나다.
증권사 존스 트레이딩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마이클 오럴크는 블룸버그에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책정할 때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기업 실적이 조금이라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즉시 폭락 장이 펼쳐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