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중추국가 굳건히 할 관세행정의 혁신

입력 2023-10-25 18:27
수정 2023-10-26 00:28
나침반을 항해에 이용한 기록은 송나라 때 처음 나타난다. 나침반이 발명되기 전에는 별자리를 관찰하거나 지형 특징을 참고해야 했다. 나침반을 사용함으로써 망망대해의 악천후에서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게 됐고, 비로소 대항해시대가 열렸다. 지난달 개최된 유엔 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격차 해소에 책임 있게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 도움을 받는 수혜국이었다면, 지금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와 세계 6위 무역 규모 및 군사력을 갖춘 글로벌 중추국가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나침반으로서 방향을 제시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때다.

관세청도 관세·무역분야에서 국제사회의 나침반으로, 무역하기 좋은 글로벌 환경 구축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무역 스탠더드를 만들고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첫째, 관세청은 세계관세기구(WCO)에 전산 원산지증명서(e-C/O) 표준화를 제안해 자유무역협정(FTA) 국제표준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FTA가 동시다발적으로 체결되면 나라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과 통관 절차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돼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국제표준이 필요한 이유다. 체결된 FTA를 원활히 이행하기 위해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주요 교역국과 관세당국 간 원산지 정보를 직접 교환하는 원산지증명서 전자교환시스템(EODES)을 구축해 종이 없는 디지털 무역을 실현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둘째, 관세청은 정보기술(IT)을 앞세워 국제 관세 행정에 신속하고 투명한 통관 절차를 정착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왔다. 관세청은 2005년부터 세계 14개국에 ‘유니패스(UNI-Pass)’를 수출하고 있다. 유니패스는 수출입 신고, 화물검사 등 모든 통관 절차를 전산화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전자통관시스템이다. 빠르고 정확한 통관이 가능해져 상대국과의 무역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셋째, 관세청은 개도국을 위한 직접 지원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고 있는 정부 기조와 함께한다. 관세청은 올해 ODA 예산으로 78개국 세관 직원 167명을 국내로 초청해 선진 통관 시스템을 전수했다. WCO에 기탁하는 세관협력기금 규모를 세계 4위 수준으로 확대해 개도국의 관세 행정 능력 배양을 위한 사업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관세인재개발원은 WCO 지역훈련센터로 지정돼 개도국의 세관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

관세청은 53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간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5일 ‘혁신하는 관세청, 도약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새 비전을 선포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관세 행정에서의 위상을 토대로 내부적으로는 스마트 혁신, 국제사회에서는 중추적인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이다. 관세청의 의지와 노력이 우리가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가는 데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