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스쳐도 급등했는데…AI株의 눈물

입력 2023-10-25 18:12
수정 2023-10-26 01:33
국내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연일 급락하고 있다. 일각에선 2021년 언택트(비대면) 열풍을 타고 단기 급등했다가 폭락한 메타버스 관련주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의료 AI 기업인 뷰노와 제이엘케이 주가는 지난 1개월(9월 26일~10월 25일) 새 각각 32.34%, 31.04% 하락했다. 루닛과 딥노이드 역시 각각 22.42%, 13.1% 떨어졌다. 9월 고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의료 AI주는 국내 AI 관련주 중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받으며 폭등을 이어왔지만 최근에는 계단식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AI 업체들도 급락세다. 유망 데이터 AI 업체로 기대를 받으며 8월 상장한 크라우드웍스는 지난 한 달 새 34% 떨어졌다. 같은 기간 씨이랩(-14.05%) 셀바스AI(-20.63%) 등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고금리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관측과 함께 미래 성장성보다는 당장의 현금 흐름, 안정성 등이 중요한 투자 지표로 떠오르자 AI 관련주에 불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AI 관련주에는 좋지 않은 환경이 됐다”며 “거시경제 상황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상태라 단기간에 추세가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여전히 유망 분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사모펀드 매니저는 “2차전지주는 초기 시장 개화 단계에서 한 번, 본격적으로 실적을 낸 시점에 다시 한 번 주가가 크게 올랐다”며 “AI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실적을 증명하면 큰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