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사무총장 "중동 분쟁, 50년만의 오일쇼크 초래 위험"

입력 2023-10-25 15:16
수정 2023-10-25 15:24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사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중동 상황이 악화하면 오일 쇼크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비롤 사무총장은 24일(현시시간) 런던에서 '2023 세계 에너지 전망'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며 "오늘날 우리는 다시 한번 석유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중동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긴장이 매우 고조돼 있다"며 "전세계 석유 수출의 3분의 1이 중동에서 이뤄지며, 이 지역은 생산지일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무역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는 1973년 이후 50년 만에 다시 오일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는 한편 현재 주요국의 에너지 정책을 바탕으로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 연료 수요가 2030년께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멈출 수 없다"며 "이는 속도의 문제로, 정부나 기업, 투자자들은 청정에너지 전환을 더욱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보고서를 통해 "신규 석유 프로젝트에 투자를 중단하라는 압력은 잘못된 것이며 경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 반대의 주장이다.

IEA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 석유 사용량 증가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한 중국의 성장 속도 둔화와 전기자동차 이용 증가가 화석 연료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30년에는 전 세계 전기차 대수가 지금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2030년엔 신차의 50%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게 IEA의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재 추세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 기후협정 목표치에 도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IEA에 따르면 석탄 사용은 2030년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지만, 천연가스와 석유 사용량은 향후 20년간 정점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