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단지가 근처에 있어 '반세권'으로 불리는 경기 화성·평택시 등에서 갭투자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 용인 남사읍에 계획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발 호재 덕에 단기간 시세가 급등한 데다 금리 상승으로 매매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단신도시와 송도국제도시가 위치한 인천 서구와 연수구도 GTX 호재 등으로 시세가 올랐다가 최근 들어 갭투자 건수와 비중이 동시에 줄어드는 모양새다.
25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갭투자 건수는 지난 8월부터 이날까지 57건이다. 이전 3개월(5~7월)동안 기록한 208건 대비 크게 줄어든 수치다. 아실에서는 최근 3개월간 매매계약 후 자가로 살지 않고 전세로 내준 계약건수를 갭투자로 분류한다. 따라서 갭투자 건수 집계는 매매계약일로부터 3개월간 이뤄진다. 8~10월 갭투자 건수는 집계가 마무리되면 지금보다는 늘어날 전망이다.
월별로 보면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경기 화성시 갭투자 건수는 지난 2월 99건에서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며 8월 36건까지 줄어들었다. 전체 매매건수 대비 갭투자 비중도 2월 9%에서 8월 4%로 축소됐다. 이같은 흐름은 경기 평택시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 평택시 갭투자 건수는 지난 8월 29건으로 지난 3월(73건)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갭투자 비중도 동 기간 11%에서 4%로 내렸다. 검단신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는 동 기간 갭투자 건수가 41건에서 24건으로 확 줄었다. 거래 절벽이 왔던 작년 7~10월과 비슷한 규모다. 송도국제도시가 위치한 인천 연수구도 58건에서 31건으로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매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어서다. 국민은행이 작성한 전국 주간 매매거래활발지수(=100+'활발함' 비율-'한산한' 비율)는 지난 16일 12.49로 특례보금자리론이 중단되기 전인 지난 11일(17.29) 대비 후퇴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대출을 죄고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시장 전반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시세가 좀더 올라갈 여지가 줄어들면서 다주택자들의 투자 수요도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 연구위원은 "특히 경기 평택·화성과 인천 서구 등은 호재가 있었거나 작년에 많이 떨어지면서 다주택자들의 투자가 많이 유입됐던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