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지표 왜곡이 MZ세대 탓?…생활 습관 지적한 英 통계청

입력 2023-10-25 08:33
수정 2023-10-25 08:51


영국 통계청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생활 습관이 데이터 수집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몰두한 시간이 많은 탓에 유의미한 통곗값이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통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에 통계청은 수집 방식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ONS)은 MZ세대가 이전 세대처럼 적극적으로 통계 수집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MZ세대의 관심을 끌면서 응답률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ONS는 이번 달 고용 및 실업 지표를 예비치만 발표했다. 통곗값의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20~30대에 대한 설문조사 답변은 폐기처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런 모건 ONS 경제통계 책임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이 MZ세대의 시선을 끌면서 설문조사 응답률이 급감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제대로 된 경제 지표가 산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영국 중앙은행은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ONS가 내놓는 지표가 신뢰성을 잃으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달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서 근거로는 실업률 증가를 언급한 바 있다.

ONS의 과거 통계치에 따르면 영국은 2021년 초 이후 가장 긴 기간 동안 고용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달 예비 수치에선 고용시장이 과열됐다는 신호가 포착됐다.

예비 수치와 과거 통계에 괴리가 발생한 이유로는 MZ세대의 무응답이 꼽힌다. ONS은 당초 응답률이 낮다는 지적을 수용해서 발표 시점을 일주일 연기한 바 있다. 20~30대 노동자의 실태가 통계치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모건 책임자는 "설문조사 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응답자 대부분이 젊은이였다"며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선택지도 많은 탓이다"라고 설명했다.

ONS는 MZ세대의 저조한 참여율을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 방식을 바꿀 예정이다. 내년 봄부터 기존보다 조사 대상을 3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과거 전화 면접에 국한되던 방식을 온라인 설문조사, 대면 인터뷰로 확장한다. 노동 시장의 현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노건 책임자는 "응답률이 낮아지는 것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의 문제다"라며 "예전처럼 설문 조사에 답할 여유가 없어질 정도로 바빠진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