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떠나는 외국 기업…美 기업보다 中 본토 기업 더 많아졌다

입력 2023-10-25 07:44
수정 2023-10-2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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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떠나는 외국계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아시아 금융허브'라는 홍콩의 위상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 수는 4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6월에 1258개로 집계됐다. 이는 2004년 이후 가장 적다. 반면 지난해 홍콩에 지역 본부를 둔 중국 본토 기업 수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기업 수를 앞질렀다.

WSJ는 "홍콩과 중국 본토 간 경계가 모호해졌다"며 "홍콩을 떠나는 외국 기업은 은행과 투자은행뿐 아니라 기술 기업 등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뿐 아니다. 호주 은행 웨스트팩이 홍콩에서 철수했고, 오스트레일리아 은행도 이를 뒤따를 계획이다. 캐나다 연금 펀드 관리업체인 앨버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미국 기술 회사인 밴티지 데이터 센터 등은 홍콩에 지역 거점을 마련하는 것을 고려했으나 결국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홍콩은 1997년 영국이 중국에 반환한 이후 외국 자본을 대거 유입했다. 홍콩은 중국과 가까우면서도, 너무 가깝지 않은 가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분리된 법률 시스템과 사법부, 서구식 자유 보장 등은 외국기업에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2020년 중국 정부가 홍콩의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들어 외국기업 단속, 본토 경제 둔화, 미·중 긴장 고조 등이 겹쳐 외국기업들의 홍콩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연구하는 사이먼 카틀리지는 "이제 홍콩은 위험이 없는 곳이 아니다"며 "모든 것에 물음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물론 많은 외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홍콩을 떠나 중국 본토로 직접 진출하거나 홍콩의 경쟁지인 싱가포르에 아시아 허브를 세우기 시작했다. 홍콩의 역할만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2019년 홍콩을 떠나 싱가포르에 회사를 설립한 세렌디피티 캐피털의 롭 제수다손 창업자는 "홍콩은 이제 중국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홍콩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 23일까지 13% 이상 하락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주식이 강세장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홍콩 부동산 시장도 침체에 빠졌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친화적인 곳 중 하나로 남아있다"며 "약 9000개의 본토 및 해외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고 강했다. 홍콩은 중국 본토 기업을 포함한 이 숫자가 지난 5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