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처럼…서울 '공공 쓰레기통' 다시 늘린다

입력 2023-10-24 18:19
수정 2023-10-25 01:34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어 근처 대형쇼핑몰에 있는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렸습니다.”

직장인 구정범 씨(28)는 지난 23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은 뒤 후식으로 사탕을 챙겼다. 사탕 포장지를 버리기 위해 쓰레기통을 찾았지만 10분을 걸어도 쓰레기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구씨는 인근 대형쇼핑몰 안 에스컬레이터 뒤편에서 쓰레기통을 찾을 수 있었다.


마포구민 안정운 씨(29)도 “편의점을 일단 나오면 아이스크림 포장재 같은 쓰레기 버릴 곳이 없다”며 “쓰레기를 들고 15분 넘게 걸어간 적이 많다”고 했다.

서울시가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쓰레기통 수를 다시 늘린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현재 4835개인 보행자용 가로 쓰레기통(길거리 공공 쓰레기통)을 올해 말까지 5500개로 늘릴 예정이다. 내년 6500개, 2025년에는 7500개까지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쓰레기 버릴 곳이 너무 없어 불편하다는 민원을 받아들인 것이다.

서울 시내 공공 쓰레기통이 급격히 줄어든 건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인 ‘종량제’ 시행(1995년 1월) 이후다.

공공 쓰레기통은 1994년 7607개에서 2007년 3707개로 줄었다. 종량제 도입 후 쓰레기 배출은 곧 돈이라는 인식이 확산하자 가정과 사업장 쓰레기를 공공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례가 속출했다. 시와 자치구는 무단투기를 근절하고자 거리의 쓰레기통을 줄여나갔다. 쓰레기통 관리에 들어가는 유지보수비를 아끼는 효과도 덤으로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2018년 3월부터는 버스에 테이크아웃 음식물 반입이 금지됐다. 성북구민 오유민 씨(26)는 “커피 컵에 음료가 들어 있어 버스로 3분이면 가는 거리를 25분 넘게 도보로 가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쓰레기통이 없는 버스정류장에 버스를 타느라 버리고 간 일회용 컵이 가득 쌓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서울시가 2021년 시민 311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3%가 ‘쓰레기통이 적은 편’이라고 답했다. ‘쓰레기통이 많은 편’이라고 답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현재 서울시의 단위 면적(㎢)당 쓰레기통 수는 약 8개다. 호주 멜버른(80개·2019년 기준), 미국 뉴욕(29개·2019년 기준) 등 세계 주요 도시에 비해 훨씬 적다.

쓰레기통 재설치 배경에는 서울 관광객의 불편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동이 많은 관광객이 쓰레기 처리에 곤란해할 때가 많다고 판단해서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버스 정류소,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비롯해 관광지를 중심으로 쓰레기통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쓰레기통이 다시 늘어나면 쓰레기 무단 투기가 재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본부장은 “종량제를 시행한 지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무단 투기에 대한 시민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며 “주택가 인근보다 버스 정류소 등 적재적소에 시설을 확충하겠다”고 했다. 쓰레기통을 늘리면 처리 인력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

이 문제를 두고 이 본부장은 “새롭게 디자인한 서울형 가로 쓰레기통을 올 12월부터 시범 도입해 시민이 순수 재활용품만 배출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미화원들이 쓰레기 처리하기가 용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