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을 악용하는 과잉진료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 가격을 의사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환자도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보장 한도까지는 비용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급여는 본질적으로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 어려운 성격이 있다. 모든 비급여 진료의 가격을 정부가 정하면 혁신적 신약이나 의료기술 개발 동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부문의 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공개제도를 시행해왔다. 지난 9월엔 의료기관에 비급여 진료의 단가, 빈도 등을 1년에 1~2회 보고하도록 하는 비급여 보고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인지도와 접근성이 떨어지고 공개 항목도 전체 치료비가 아니라 개별 진료 행위별로 나뉘어 있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활용하는 비급여 서면 동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독일은 비급여 의료행위의 표준가격을 정하고, 실제 의료 서비스의 질 및 투입 시간 등에 따라 표준가격보다 높게 받아야 하는 경우 서면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비급여 가격 정보를 병원별 수술별 질병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해 소비자가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