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법의 새로운 대안이 될 가능성을 보였다.”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에 쏟아진 찬사다. 렉라자뿐만이 아니다. 지난 20일부터 5일간 일정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ESMO에선 세계 사망률 1위 질환인 폐암을 타깃으로 한 신약 임상결과들이 대거 발표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블록버스터 가능성 확인한 렉라자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은 23일 이번 학회에서 가장 중요한 ‘프레지덴셜’ 세션의 발표자로 강단에 올랐다. 50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유한양행 렉라자와 얀센의 ‘리브리반트’를 폐암 환자에게 함께 사용한 병용임상 3상 결과(MARIPOSA)를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비교 대상은 폐암 치료제 시장의 오랜 강자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였다.
조 교수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를 함께 쓴 환자가 타그리소를 사용한 환자보다 암이 재발하지 않으면서 7.1개월 더 생존했다”며 “폐암 환자들을 위한 1차 치료법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임상 결과 평가를 위해 연단에 오른 조시아 피오트로스카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교수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가 폐암 치료법의 새로운 대안이 될 가능성을 보였다”고 했다. 또 기립박수 받은 ADC아스트라제네카가 말기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개발 중인 항체약물접합체(ADC) ‘다토DXd’의 임상 결과도 주목을 끌었다. 폐암 환자 중 일부에게만 약이 듣는 한계점이 있었으나, 기존에 쓰던 화학항암제(도세탁셀) 대비 부작용이 적었다. ADC는 유도탄처럼 암세포를 파괴하는 약물을 특정 암세포에 정확히 보내는 기술이다.
지난 22일에는 방광암(요로상피암) 환자들의 생존 기간을 1년 이상 늘린 최신 치료법의 등장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아스텔라스의 ADC ‘파드셉’과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방광암 환자에게 함께 사용한 치료법이 그 주인공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ADC ‘엔허투’가 지난해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데 이어, 올해에도 파드셉이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ADC가 차세대 항암치료법으로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우수 포스터’ 선정된 K바이오다국적 제약사부터 세계 신약벤처와 대학병원, 연구소 등이 성과를 공유하는 포스터 발표 현장에선 국산 신약기업의 기술로 탄생한 후보물질의 임상 결과가 ‘최우수 포스터’로 선정되는 쾌거도 이어졌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로 개발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ABL111(지바스토믹)’의 임상 1상 결과가 ESMO가 선정하는 혁신 면역요법 분야 최우수 포스터로 꼽혔다. 에이비엘바이오의 파트너사로 임상개발을 진행한 중국 아이맙의 존 헤이슬립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지바스토믹은 과거 부작용이 심해 개발이 어려웠던 원리의 약을 에이비엘바이오의 신기술로 만든 신약 후보물질”이라며 “말기 암 환자에게서 약의 안전성과 효능을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다음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큐로셀의 임상 발표는 혈액암 분야 최우수 포스터로 뽑혔다. 김종란 큐로셀 부사장은 “키메릭 항원 수용체 T(CAR-T) 치료제 후보물질 ‘안발셀’이 임상 2상에서 경쟁제품 대비 더 우수한 완전관해율(CR)을 보였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